‘1.71’ 도루 상실의 시대, 역대 최소도루 타이틀홀더 나오나

입력 2017-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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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초 무사 1,3루 삼성 김헌곤 타석에 박해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에서 도루는 득점 확률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상대 배터리의 타이밍을 뺏고 도루에 성공하면 곧바로 득점권이다.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가 좋은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 대주자 요원의 가치가 올라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 2.23회→1.71회, 시도 자체가 줄었다

그러나 올 시즌(4일 현재)에는 2016 시즌과 견줘 도루 시도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622경기에서 총 도루 시도는 1064회에 불과하다. 올 시즌 전체 경기수인 720게임으로 환산하면, 1231.6회라는 계산이 나온다. 2016 시즌 총 1605회와 견줘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16 시즌 2.23회였던 경기당 도루 시도가 올 시즌 1.71회로 0.5회 이상 줄었다. 확실한 타이밍에 도루를 시도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전략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하다. 올 시즌 리그 도루성공률은 66.3%(1064시도 705성공). 2016 시즌의 65.9%(1605시도 1058성공)와 불과 0.4% 차이다.

19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2사 1루에서 LG 정성훈이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000도루도 어렵다

10구단 체제로 처음 진행된 2015 시즌에는 720경기에서 총 1202개의 도루가 나왔다. 지난 시즌에도 1000개를 넘겼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622게임에서 700개를 간신히 넘긴 상황이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총 816.1도루로 올 시즌이 끝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팀 100도루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부문 1위 삼성(86개)과 2위 롯데(84개), 3위 NC(83개)의 기록도 아직 90개를 넘지 못했다. 2016 시즌에는 넥센(154개)과 롯데(145개), LG(121개), 삼성(104개), KIA(101개) 등 5개 팀이 100도루 이상을 기록한 바 있는데, 올 시즌에는 10개구단 모두 경기당 도루 시도가 1회 미만이다(1위 롯데 0.992회).

삼성 박해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BO리그 역대 최소도루 타이틀홀더 나오나

올 시즌 도루 부문 1위는 박해민(삼성·33개)이다. 2014 시즌부터 4년 연속 30도루에 성공했고 2015(60개), 2016(52개) 시즌에 이어 도루왕 3연패가 유력하다. 워낙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가 뛰어나 올 시즌에도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금의 페이스면 KBO리그 역대 최소 도루 타이틀홀더가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역사상 가장 적은 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던 이는 1984년 41도루를 기록한 해태 김일권이었다. 그 당시 김일권의 출장 경기수가 62게임에 불과했다는 점이 지금과 다르다. 박해민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장했다.

발목 부상으로 후송되는 한동민. 사진|MBC SPORTS+ 캡쳐



● 왜 뛰지 못할까

시즌 중반 도루 과정에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탓에 리그 전체적으로 도루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kt 이대형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 SK 한동민은 왼쪽 발목이 파열됐다. kt 심우준도 왼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다. 이들 세 명 모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화 정근우가 도루를 시도하다 팔꿈치를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도루를 조금만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굳이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도루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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