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자판기 탈출’ 우리카드에 찾아온 무한경쟁의 시대

입력 2017-09-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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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우리카드는 V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2009~2010시즌(당시 우리캐피탈)부터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지 못했다. V리그 남자부 7개팀 가운데 PS를 경험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외국인선수 잔혹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선수층은 여느 팀 못지않게 탄탄하다”는 외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던 이유다.

특히 2014~2015시즌(승점15·3승33패), 2015~2016시즌(승점21·7승29패)에는 두 자릿수 승리조차 챙기지 못하며 나머지 팀들의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다. 김상우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15~2016시즌에도 큰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선수 군다스 셀리탄스(라트비아)의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한다. 많이 도와달라”는 한 스태프의 말에는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 2016~2017시즌, 본격적인 변화의 시발점

우리카드는 2016~2017 정규시즌에서 5위(승점55·17승19패)를 기록했다. PS 진출에 실패했고, 구단 역대 최고 순위도 아니었지만 “팀이 확 바뀌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시즌이다. 그럴 만했다. 막판까지 PS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 최고의 수확이었다. 이는 시즌 전부터 선수단을 감싼 패배의식과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고자 바쁘게 움직인 김 감독의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여기에 지금까지 없었던 ‘에이스’가 나타났다. 2년째 함께하게 된 크리스티안 파다르(21·헝가리)다. 2016~2017시즌 득점 2위(경기당 26.8득점), 공격종합 5위(성공률 53.08%), 서브 3위(세트당 0.503개)는 과거 우리카드 외국인선수에게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그 어려운 일을 파다르가 해냈다.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파다르는 2017 한국배구연맹(KOVO) 컵 대회에서도 득점왕(경기당 25.67득점)을 차지하며 우리카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파다르는 올 시즌에도 부동의 주전 라이트다.

우리카드는 세터 유광우의 가세로 단숨에 우승전력으로 올라섰다. 과제는 많지만 젊은 팀 우리카드의 미래는 밝다. 스포츠동아DB



● ‘우승 DNA’ 지닌 유광우 영입 효과

우리카드는 비시즌 동안 선수단에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주전 센터 두 명과 세터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삼성화재로 떠났고, 박진우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세터 김광국과 레프트 이동석의 입대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2016~2017시즌 PS 진출 실패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카드로선 실망할 여유조차 없었다. 기존 자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 배로 뛰어야 했다. 일단 박상하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베테랑 세터 유광우를 데려왔다. 세터는 공격을 조율하는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다. 경험이 풍부한 유광우는 최홍석, 나경복, 김정환 등 젊은 공격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적임자로 손꼽힌다. 유광우의 기량뿐만 아니라 무형의 가치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무엇보다 삼성화재에서 5차례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경험한 유광우의 ‘우승 DNA’는 우리카드에 신선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우리카드 김은섭-김시훈-최홍석-신으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KOVO



● 레프트·센터, 무한경쟁의 결과는?

레프트와 센터진은 무한경쟁체제다. 특히 현대캐피탈에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데려온 조근호와 우상조까지 가세한 센터진이 그렇다. 일단 기존의 김은섭과 김시훈, 상무에서 제대한 구도현이 주축이 돼 움직인다. 특히 상무에서 2년간 기량을 갈고 닦은 구도현의 성장은 KOVO컵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최홍석과 김정환, 나경복, 신으뜸, 안준찬이 버티는 레프트진은 우리카드의 최대 강점이다. 여기에 홍익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한성정도 즉시전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공격력이 뛰어난 최홍석과 김정환, 나경복과 리시브에 강점이 있는 신으뜸, 안준찬의 조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김 감독은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약점을 메워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진짜 변화는 리시브에서부터!

우리카드는 2016~2017 정규시즌 팀 리시브 부문 2위(세트당 9.538)를 기록했다. 세트당 5.099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오른 주전 레프트 신으뜸의 역할이 컸다. 김 감독 부임 첫해 이 부문 최하위(7위·세트당 8.529)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정확한 리시브는 세트플레이를 가능케 하고, 토스의 정확도까지 높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유광우가 삼성화재 주전세터로 뛰면서 수 차례 영광을 누렸던 이유 중 하나가 리시브와 토스, 공격까지 하나하나 완벽하게 하는 시스템 배구가 가능해서였다. 오픈공격에 능한 최홍석과 파다르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정확한 리시브는 필수다. 김 감독이 최홍석과 김정환, 나경복의 리시브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세 명이 기본적인 리시브만 해줘도 공격이 훨씬 수월해진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레프트의 힘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는 정말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각오로 많이 준비했다. 2016~2017시즌의 경험이 자신감으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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