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에도 여전한 ‘김경문 야구’의 의외성

입력 2017-10-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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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가을야구에 한(恨)을 품고 있다. 그러나 승패를 초월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놓지 않는다. ‘김경문 야구’의 매력이자, 힘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독특하고 생소하다. 필연적으로 거부감, 심하게는 반감이 뒤따른다. 그러나 반복되면, 익숙해지면 하나의 ‘스타일’이 된다. 물론 전제가 있다. 합당한 결과물이 수반돼야 한다. NC 김경문(59) 감독의 야구도 그렇다. 아무나 못한다. 가을야구만 10년째인 ‘백전노장’이기에 가능할지 모른다. 그만의 ‘뚝심’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NC다이노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NC 선발 맨쉽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마산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의표 찌르는 ‘김경문 야구’

‘김경문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의외성이다. 상대의 허를 찌른다. 올 가을에도 여전하다. SK와 맞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롯데와 치르고 있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잇달아 발휘되고 있다. 투타를 가리지 않는다.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선발은 에릭 해커가 아닌 제프 맨쉽이었다. 대다수가 해커의 등판을 예상했다. 단기전에서 에이스를 뒤로 뺀 김 감독의 이 같은 선택은 ‘양날의 검’으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이는 묘수가 됐다. 맨쉽은 4이닝 3실점으로 선방했고, NC는 10-5로 이겨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어 8일 준PO 1차전 선발로 나선 해커는 7이닝 1실점의 역투로 연장 11회 9-2 승리의 주춧돌이 됐다. SK를 상대로 해커를 썼더라면 NC의 준PO 전략은 훨씬 더 꼬일 뻔했다.

김 감독은 9일 사직에서 벌어진 준PO 2차전에서 모창민을 2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선발라인업을 살펴본 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의외다”라는 한마디를 꺼냈다. 일반적으로 2번은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1차전 5번 타순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강민호를 7번 타순으로 내리며 정공법을 구사한 롯데 조원우 감독과는 달랐다. 1차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모창민을 앞세워 궁지에 몰린 롯데를 초반부터 몰아붙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2010년 PO 3차전에서 8-8로 맞선 연장 11회말 무사 2.3루에서 두산 손시헌(가운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선수들이 몰려나와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고독한 승부사의 ‘독한 야구’

‘김경문 야구’의 의외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풍부하다. 물론 때로는 패착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반대로 대성공을 거두며 긴 여운을 남긴 적도 많다. 일본을 대표하는 좌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 대타 카드를 꺼내 승리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생생하지만, 압권은 2010년 PO였다.

김 감독은 2010년 삼성과의 PO 3차전에서 또 한 번 상식을 파괴했다. 두산이 6-8로 뒤진 연장 11회말 무사 1·2루서 고영민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삼성이 연장 11회초 똑같은 상황에서 정석대로 보내기번트를 대고 2점을 뽑은 장면과 크게 대비됐다. 고영민의 볼넷, 임재철의 2타점 2루타,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가 이어져 9-8로 이긴 뒤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번트를 대 2·3루가 돼 2점이 들어오는 것이 싫었다.”

어쩌면 타고난 승부사인지 모른다. 올해는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을지, 또 다시 시작된 ‘김경문 야구’의 가을여정이 궁금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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