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한국축구 새 도약 위해 지금 물러나는 게 도리”

입력 2017-1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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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최근 잇따른 논란에 책임을 지고 2일 사퇴했다. 사태의 중심에 있던 당사자가 희생양이 됐지만 한국축구를 둘러싼 잡음이 사그라질지는 미지수다. 가야할 길이 아직 멀게만 보인다. 스포츠동아DB

히딩크 감독·협회 비리 논란 등 책임
정몽규 회장의 인적쇄신 예고도 영향
A매치 전에 새 기술위원장 선임할듯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다. 김 부회장은 2일 협회를 통해 사퇴의사가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협회와 축구국가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의 첫 번째 희생양이다.

시발점은 8월과 9월에 치른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였다. 신태용(47) 신임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 팬들의 비난을 샀다. 가까스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여론은 좋아지지 않았다. 비난의 화살이 대표팀은 물론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부회장에게 향했다.

설상가상. 더 심각한 사고는 최종예선 직후 터졌다. 대표팀이 러시아행 티켓을 따고 귀국 비행기에 오르던 날(9월 6일),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히딩크 감독의 복귀 소식에 축구계가 들썩였다. 이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히딩크 감독 측 관계자가 김호곤 부회장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했지만, 김 부회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확인 결과, 노제호 거스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김 부회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정중한 의사표현의 공문도 아니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이용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란 점에서 진실성에 의문이 갔다. 물론 이 같은 정보를 내부와 공유하지 않은 김 부회장의 실책에도 비판이 가해졌다.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몽규 회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결국 협회를 책임지는 정몽규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지난달 19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고 협회의 인적쇄신을 예고했다. 김 부회장이 지휘권을 갖고 있던 기술위원회도 손질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는 국정감사 테이블로 옮겨졌다.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던 김 부회장은 결국 그 동안의 논란을 책임지고 협회가 미래를 향해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협회와 대표팀이 새로 도약하기 위해선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능력이 따르지 못해 미흡한 점이 많았다. 후임 기술위원장과 대표팀이 심기일전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확신한다”는 사퇴문을 남겼다.

김 부회장의 급작스러운 사퇴에 협회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최근 정몽규 회장이 인적쇄신 의지를 드러내면서 김 부회장이 사퇴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을 둘러싼 논란이 협회에 부담을 주는 모양새가 돼 김 부회장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외국인코치 인선을 마무리한 뒤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고 했다. 신임 기술위원장 선임에 대해서는 “11월 A매치(10일 콜롬비아전∼14일 세르비아전)를 앞두고 협회의 인적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때 정몽규 회장이 신임 기술위원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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