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구천재 변신’ 한수지가 털어놓은 변화의 비결

입력 2018-01-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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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한수지는 배구 천재로 통한다. 2006∼2007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세터로만 뛰었던 그는 2016∼2017시즌부터 센터로 변신해 제2의 배구인생을 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GC인삼공사 주장 한수지(29)는 V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세터였다. 프로 출범 3시즌째인 2006~2007시즌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고, 이후 현대건설~인삼공사를 거치며 2015~2016시즌까지 10시즌을 세터로만 뛰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센터로 뛰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터의 포지션 변경은 모험에 가깝다. 공격수의 장단점을 일일이 숙지하고 가장 확률 높은 패턴의 공격을 합작해야 하는 세터는 팀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릴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10시즌 동안 주전세터로 뛴 한수지 입장에서도 그 자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지금의 한수지는 센터뿐만 아니라 레프트, 라이트, 세터까지 오가는 ‘배구천재’로 변신해 코트를 누비고 있다.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대전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GS칼텍스 김유리와 KGC인삼공사 한수지가 서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센터’ 한수지에 주목한 서남원 감독

2016~2017시즌을 앞둔 어느 날 서 감독은 한수지를 불러 “센터로 포지션을 바꿔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한수지는 “우리 팀 센터진에 공백이 컸다. 감독님께서 제안이 아닌 요구를 하셨어도 아무 말 없이 따를 생각이었는데,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히려 내가 감독님께 ‘어떤 포지션에서 뛰었으면 좋겠냐’고 여쭤봤더니 ‘센터로 뛰었을 때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팀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하셨다. 곧바로 ‘잘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선 내가 잘 못해도 꾸준히 기회를 주셨다. 내가 배구선수로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회상했다.

세터 시절 한수지. 사진제공|KOVO



● 세터의 마음을 읽는다

오랫동안 세터로 뛴 덕분에 얻은 것이 있다. 세터의 마음을 읽게 된 것이다. 세터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세터는 한 명에게만 토스하면 되는 게 아니다. 여러 공격수를 적절히 활용하며 입맛에 맞춰야 하기에 힘든 점이 많다. 세터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하기보다 내가 맞춰서 공격하려 한다. 최대한 해보고 정말 안 맞는다 싶으면 그때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KGC 인삼공사 한수지. 스포츠동아DB



● “배구천재? 부끄럽다”

한수지는 ‘배구천재’라는 말에 “부끄럽다”며 손사래 쳤다. 그러면서 “지금은 센터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센터는 스파이커가 아닌 블로커다. 나는 센터치고 키가 큰 편이 아니라 타이밍과 손 모양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센터의 매력을 설명했다.

배구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그는 “세터로 계속 뛰었다면 배구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오랫동안 배구를 했지만 거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센터로 포지션을 바꾼 뒤 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무엇보다 센터로 뛰면서 은퇴하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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