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GC인삼공사 한수지는 배구 천재로 통한다. 2006∼2007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세터로만 뛰었던 그는 2016∼2017시즌부터 센터로 변신해 제2의 배구인생을 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세터의 포지션 변경은 모험에 가깝다. 공격수의 장단점을 일일이 숙지하고 가장 확률 높은 패턴의 공격을 합작해야 하는 세터는 팀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릴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10시즌 동안 주전세터로 뛴 한수지 입장에서도 그 자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지금의 한수지는 센터뿐만 아니라 레프트, 라이트, 세터까지 오가는 ‘배구천재’로 변신해 코트를 누비고 있다.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GS칼텍스와 대전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GS칼텍스 김유리와 KGC인삼공사 한수지가 서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센터’ 한수지에 주목한 서남원 감독
2016~2017시즌을 앞둔 어느 날 서 감독은 한수지를 불러 “센터로 포지션을 바꿔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한수지는 “우리 팀 센터진에 공백이 컸다. 감독님께서 제안이 아닌 요구를 하셨어도 아무 말 없이 따를 생각이었는데,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히려 내가 감독님께 ‘어떤 포지션에서 뛰었으면 좋겠냐’고 여쭤봤더니 ‘센터로 뛰었을 때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팀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하셨다. 곧바로 ‘잘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선 내가 잘 못해도 꾸준히 기회를 주셨다. 내가 배구선수로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회상했다.

세터 시절 한수지. 사진제공|KOVO
● 세터의 마음을 읽는다
오랫동안 세터로 뛴 덕분에 얻은 것이 있다. 세터의 마음을 읽게 된 것이다. 세터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세터는 한 명에게만 토스하면 되는 게 아니다. 여러 공격수를 적절히 활용하며 입맛에 맞춰야 하기에 힘든 점이 많다. 세터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하기보다 내가 맞춰서 공격하려 한다. 최대한 해보고 정말 안 맞는다 싶으면 그때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KGC 인삼공사 한수지. 스포츠동아DB
● “배구천재? 부끄럽다”
한수지는 ‘배구천재’라는 말에 “부끄럽다”며 손사래 쳤다. 그러면서 “지금은 센터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센터는 스파이커가 아닌 블로커다. 나는 센터치고 키가 큰 편이 아니라 타이밍과 손 모양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센터의 매력을 설명했다.
배구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그는 “세터로 계속 뛰었다면 배구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오랫동안 배구를 했지만 거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센터로 포지션을 바꾼 뒤 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무엇보다 센터로 뛰면서 은퇴하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