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초등학교 방문한 ‘태권도 황제’ 김경훈의 뜻 깊었던 하루

입력 2018-0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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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청룡포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출신 김경훈 올림픽태권도장관장이 유소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00시드니올림픽 남자 80㎏ 이상급 금메달의 주인공 김경훈 관장(43)이 3일 ‘레전드 초청 강원랜드 스포츠꿈나무교실’(주최 스포츠동아·동아일보·채널A·동아닷컴, 후원 강원랜드) 참가를 위해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현재 충남 천안시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 관장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스포츠동아의 태권도 해설위원을 맡아 냉철한 분석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태권도 꿈나무들을 위한 재능기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체육관 방학 일정을 조절해 영월까지 달려왔을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의 주 고객”이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인 그는 청령포초 학생들이 테이핑과 스트레칭 교육을 받는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이날 동석한 강규진 사범에게 “테이핑과 스트레칭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일일이 호흡하려 애썼다. 숫기가 없어 보였던 학생들도 김 관장의 적극적인 자세에 금세 마음을 열었다.

청령포초 태권도부 소속 학생은 총 7명. 독감 증세를 보여 결석한 한 명을 제외한 6명이 이날 김 관장과 함께했다. 학생들은 195㎝의 장신인 김 관장을 보자마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태어나기도 전에 선수 활동을 했던 김 관장이 생소할 터. 김 관장의 현역 시절 화려한 발차기를 본 아이들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라는 진행자의 소개로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3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청룡포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출신 김경훈 올림픽태권도장관장이 유소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영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 관장은 학생들 앞에 서자마자 “대회에 나가본 사람?”을 외쳤다. 세 명이 손을 들자 “메달을 땄느냐”고 물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 관장은 학생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나도 중학교 때까지 메달을 하나도 못 땄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훈련에 매진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철저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실전 위주였다. 가장 먼저 스텝 훈련부터 했다. “항상 손을 올리고 움직여라”, “거울을 보고 스텝 훈련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고, “빨리 하는 것보다 완벽한 자세로 움직여야 한다. 왜 이 훈련을 하는가를 생각하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강 사범은 직접 기합을 넣으며 교육 분위기를 조성했다. 스텝 훈련을 완벽하게 해내기 전엔 발차기로 넘어가지 않았다. 복싱 체육관에 등록하자마자 줄넘기만 무한 반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관장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스텝을 확인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줬다. “잘하고 있다”는 격려는 기본이었다.

3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청룡포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출신 김경훈 올림픽태권도장관장이 유소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영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발차기 훈련을 시작한 뒤에는 김 관장과 학생들이 일심동체가 됐다. 김 관장은 “자신 있게 차면된다. 배운대로 해보자”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앞에 나서기 두려워하던 학생들도 주저 없이 김 관장의 앞에 섰다. 태권도부 막내인 3학년 이태걸(10) 군도 주눅 들지 않고 실력을 뽐냈다. “발차기할 때 손을 뒤로 빼야 한다. 걷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점프를 줄여야 한다. 어깨만 돌려서 막아야 한다. 멋진 발차기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게 중요하다. 점프하면 멋있지만, 제대로 맞히는 게 중요하다. 멋있는 건 나중에 하자”는 김 관장의 조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대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김 관장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전수받으려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신현민(11) 군은 “키 작은 선수가 키 큰 선수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고, 김 관장은 “내가 선수로 뛸 때도 키가 작고 빠른 선수를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수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 키가 큰 선수를 이기기 위해선 두 배 이상 뛰어야 한다”고 답했다. “체중조절이 고민”이라고 밝힌 학생에게는 “지금은 체중을 줄이기보다 체급을 올리고 적응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최근 태권도의 흐름에 따라 “발 펜싱(공중에서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고급 질문도 나왔다.

3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위치한 청룡포초등학교에서 ‘강원랜드 레전드 초청 스포츠 꿈나무 교실‘이 열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출신 김경훈 올림픽태권도장관장이 유소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영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뒤 마주한 김 관장의 표정에 흐뭇함이 묻어났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재미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선수들이다 보니 확실히 기량이 뛰어나다. 포인트만 하나씩 짚어줘도 될 정도로 잘 따라오더라”고 밝혔다. 신현민 군은 “발차기를 하나하나 다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영월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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