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아이콘’ LG 박용택과 팬클럽의 ‘착한 실수’

입력 2018-01-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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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은 지난 3년간 자신의 팬클럽 ‘용택앓이’와 함께 연말이면 봉사와 기부활동을 펼쳐왔다. 얼마 전에는 1300만원의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쾌척했다. 박용택은 “스포츠스타, 연예인의 선행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당부했다. 스포츠동아DB

LG 캡틴 박용택(39)은 9일 ‘기분 좋은’ 사과전화를 거듭 받았다. 박용택의 팬클럽 ‘용택앓이’ 회원들이 그들의 우상에게 “미안하다”를 연발한 사연은 이렇다.

연말연초 지상파 9시 뉴스는 말미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낸 사람들을 알려준다. 8일 저녁에 뜻밖의 이름이 기부자 리스트에 들어있었다. ‘박용택 팬클럽.’ 액수도 작지 않아 1300만원이 넘었다.

선수가 아닌, 선수 팬클럽에서 고액 성금을 기탁한 흔치 않은 케이스로 비쳤다. 10일 박용택에게 사실을 확인해보니 전말을 다 아는 이의 웃음부터 터졌다. 때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택앓이’ 팬 미팅에서 ‘성금을 모아 주위를 돕자’는 얘기가 나왔다. 대한적십자사에 그렇게 기부를 이어간 것이 어느덧 3년째다.

사진|KBS 캡쳐


그런데 ‘용택앓이’가 성금을 모으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박용택이 유니폼과 야구용품 등을 경매에 내놓는다. 그 돈을 모아 성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성금만큼 박용택이 개인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보탠다. 이를테면 경매를 통해 650만원이 모아지면, 박용택이 딱 그 액수에 해당하는 650만원을 따로 내서 총액 1300만원을 만드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박용택이 물품 값 50%, 성금 50%로 기부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즉 ‘기부자=박용택’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TV에 박용택이 아니라 ‘박용택 팬클럽’으로 나갔으니 ‘용택앓이’ 회원들이 미안함을 느낀 것이다.

박용택은 “팬클럽 회장님께서 ‘분명히 방송국에 정확히 전달했는데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자가 나왔다. 죄송하다’고 하시더라. 내가 ‘상관없다. 괜찮다’고 말해드렸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박용택과 팬클럽의 선행은 기부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따로 날을 정해, 빵을 만들어 불우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의 ‘원조’도 박용택과 팬클럽 회원들이다. 연말 연탄배달을 지켜본 팀 선배 이병규(현 코치)가 “그런 좋은 일을 왜 혼자 하느냐?”고 말한 것을 계기로 연말 LG 전 선수단이 동참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LG 구단 차원에서도 지원을 해주고, 팬들까지도 동참한다.

프로야구 선수의 봉사에 관해 박용택은 시간을 축적해 진정성을 입증했다.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법도 하건만 주관이 확고하다. “스포츠스타, 연예인의 선행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몰랐던 팬들이 더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택이니까 꺼낼 수 있는 소신이다.

박용택은 ‘용택앓이’ 팬클럽을 향한 고마움도 에둘러 표시했다. “절반 이상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다. 봉사활동을 좋아해주시고, 협조를 잘 해주신다. 해가 갈수록 경매액이 커지고 있다.” 야구얘기를 할 때보다 선행을 말할 때 박용택의 웃음이 참 많아지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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