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대표 사표…파국 치닫는 경남FC

입력 2018-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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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조기호 대표이사(왼쪽). 사진제공|경남FC

경남도 표적감사 갈등…결국 사직서 제출
뒤숭숭한 구단 분위기…정상 훈련 불가능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 팀’ 경남FC가 난파선으로 전락했다. 김종부(53) 감독과 구단을 챌린지(2부리그)에서 탈출시켰던 조기호(64) 대표이사가 18일 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상남도와의 갈등이 원인이 됐다. 경남 구단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2번째 감사를 받고 있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과 조 대표가 정치적 노선이 달라 표적감사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았다. 홍준표 전 도지사의 임명을 받은 조 대표는 부임 초까지 “정치적 인사의 반복”이라며 따가운 시선도 받았지만 사무국 직원 7명과 최상의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지난 연말부터 갖가지 풍문이 들렸다. 김 감독은 1+1(년)의 초라한 재계약을 한 것에 그쳤는데, 도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축구인 A가 단장∼스카우트 등의 직책을 맡아 구단 입성을 노린다는 소문이 겹쳐 논란이 됐다. 경상남도는 3년 전 폐지된 사무국장직 부활도 공표해 낙하산 인사 우려를 샀다. 축구계는 이번 감사를 일종의 괘씸죄로 보고 있다. 조 대표가 A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은 18일 지역 언론들과 간담회를 갖고 감사 등 최근 상황과 관련해 입장을 직접 밝혔다. 놀랍게도 최근 경남 지역매체가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 중인 선수단을 현지 격려하는데 필요한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아까워 조 대표가 선뜻 방문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감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이 드러났다.

“500만원이 없어 격려방문을 못한다는 말에 충격 받았다”던 한 권한대행은 “구단의 정확한 재정운영을 살피기 위함이다. 사무국장도 공모로 선정한다”고 말했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좋게 보면 조 대표가 불필요한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도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500만원이 아깝다”는 수준의 표현에 회계감사를 받는 조직은 지구상에 흔치 않다. 조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한 권한대행과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사표를 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조 대표가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수단도 정상 훈련이 불가능해졌다. 김 감독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수장과 갑작스레 결별하게 된 사무국도 뒤숭숭하다. 가뜩이나 6월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마음이 불편하던 직원들은 이미 모진 풍파에 휩쓸렸다. 파국으로 치닫는 경남FC에게 미래는 과연 존재할까. 내년 이 무렵의 경남은 어디에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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