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은 왜 안드레아스의 서브를 안 고칠까

입력 2018-0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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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안드레아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레프트 안드레아스(29)는 대체 외국인선수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안드레아스는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개막 2주 전 현대캐피탈 외국인라이트 바로티가 전치 6주의 발목 부상을 당했다. 최태웅 감독은 고심 끝에 교체를 선택했고, 안드레아스를 대안으로 점찍었다.

대체선수의 성공은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그러나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안드레아스는 전반기 득점 9위, 공격종합 5위, 오픈공격 4위, 퀵오픈 8위, 후위공격 7위 등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줬다. 최태웅 감독도 “바로티가 있었어도 지금처럼 잘됐을 것 같진 않다”고 웃으며 돌아볼 만큼 안드레아스의 입단이 전화위복이었음을 인정한다.

이런 안드레아스에게 한 가지 약점은 여전하다. 서브 실수가 너무 많다. 최 감독은 “앞으로도 고쳐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남는다. 왜 최 감독은 안드레아스의 서브를 ‘방치’하는 것일까.

기술적 부분이라 전달이 어려운데, 안드레아스는 배구의 기본기가 약한 선수에 속한다. 당연히 최 감독 눈에 포착이 됐다. 고치려고 해봤다. 안드레아스와 대화를 나눴고, 수긍을 끌어냈다. 그런데 변화의 과정 속에서 무언가 ‘결핍’이 감지됐다. 감독이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선수가 뭔가 확신을 못 가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스포츠동아DB


여느 감독 같았으면 외국인선수가 저항 혹은 태업을 한다고 오해할 수 있었을 터다. 그러나 최 감독은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의 소통을 통해 안드레아스가 그런 선수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드레아스도 속마음을 얘기했다. “기본이 옳다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잘 안 된다. 그래서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러다 어느 코치를 만났는데 지금의 변칙을 알려줬다. 그렇게 하니 배구가 잘됐다.”

이 고백을 들은 최 감독은 안드레아스가 기본에 어긋나도 가장 마음이 편한 스타일로 배구를 하도록 허락했다. 기본기 교정을 중단했다. 서브 실수는 어쩔 수 없다고 각오했다. 그리고 안드레아스는 그 이상의 효율을 공격에서 보여주고 있다.

대개의 지도자는 선수의 약점부터 고치고 싶어 한다. 그런 선의는 거의 옳다. 그러나 선수는 장점을 수행할 때, 자신감을 얻고 성장한다. 최 감독은 자기가 옳다고 판단한 방식이 아니라 선수를 가장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안드레아스와 팀 현대캐피탈을 살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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