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KISS와 함께하는 평창동계올림픽] 루지의 모든 것

입력 2018-0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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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110∼130km를 오가는 썰매 종목 루지는 스타트와 곡선주행에서 희비가 갈린다. 부상 위험 속에서도 선수들은 가속을 두려워하지 않고 레이스를 펼친다. 덕분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쥔 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중 하나인 루지는 발을 전방으로 향한 채 누운 자세로 소형 썰매를 타고 주행하는 기록경기다.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루지 종목에는 남자싱글과 여자싱글, 더블, 팀 릴레이까지 총 네 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데 1000분의 1초까지 기록을 측정하는 만큼 스타트와 주행에 정교함을 요한다.

트랙은 경기장에 따라 다르다. 평창슬라이딩센터는 1번에서 16번 구간으로 구성돼 있고, 남자경기 트랙의 길이는 1334.08m, 여자와 더블경기의 트랙은 1201.82m다. 트랙의 구성은 같지만, 여자와 더블 종목은 출발하는 위치가 다르다. 고도의 차이에 따라 시속 110~130㎞로 가속이 되는 썰매를 다리와 몸을 움직여 조정한다. 1~2차 레이스 합산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되며 선수 10여명의 기록 차이도 약 1초에 불과하다.

평창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한국 선수는 여자싱글 성은령과 에일린 프리쉐, 남자싱글 임남규, 더블 박진용·조정명이다. 이들이 나란히 팀 릴레이에 출전한다. 팀 릴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종목으로 손꼽히며, 여자싱글~남자싱글~더블 순으로 레이스가 진행된다. 결승점에 도달한 순간 트랙 상단의 터치패드에 접촉하면 다음 주자가 출발하는 방식이다. 국가별 한 팀만 출전 가능한 터라 국가대항전과 같은 박진감을 느낄 수 있는 팀 릴레이는 한국의 메달 획득 전망도 가장 밝다. 더블 팀의 스타트 향상과 홈 트랙의 이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2017년 12월 독일 알텐베르그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팀 릴레이에선 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루지 출발선-성은령의 스파이크 장갑(오른쪽). 사진제공|KISS



● 스타트와 곡선주행

루지의 스타트 동작은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의 그것과 다르다. 상체의 근력으로 스타트 바를 당겨 출발한 뒤 손가락으로 얼음의 면을 밀어내는 패들링 동작으로 썰매의 속도를 증가시킨다. 선수들은 스파이크가 달린 장갑을 착용하는데, 스파이크의 길이는 5㎜로 제한된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팔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얼음 면을 당기는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선수들의 기술에 따라 3~4회 패들링 동작을 반복하게 되며,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효율적인 동작과 출발경로를 찾는 반복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서는 고도의 영상장비를 다양한 각도에 설치하고 분석해 시간단축을 위한 스타트 훈련을 돕고 있다. 스타트 기록 향상은 선수들의 메달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다.

스타트 이후에는 1~16번의 곡선 구간을 지난다. 곡선구간의 주행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평창슬라이딩센터의 9번 곡선구간이 까다롭다. 테스트 이벤트에서 각국의 선수들이 ‘마의 9번 코스’로 칭하기도 했는데, 충돌 없이 코스를 빠져나올 때는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곡선구간에서 충돌은 시간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곡선 구간에서 썰매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직접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 선수들의 조정능력에 맞춰 썰매 날의 각도를 조정하는데, 매일 심혈을 기울여 날을 관리한다. 썰매 날의 각도는 물론 관리 상태와 얼음지면의 온도 및 수분, 마찰력의 상호작용은 경기 당일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루지대표팀은 각자 최적화한 썰매로 ‘길 찾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 두려움 극복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훈련 도중 노다르 쿠마리탸슈빌리(조지아)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코스를 이탈해 쇠기둥에 충돌하는 사고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선수들은 곡선구간을 지날 때 4g 이상의 중력 가속도를 경험하는데, 만약 곡선 구간에서 썰매가 뒤집어지면 이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스타트를 앞두고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도 이미지트레이닝과 이완호흡훈련 등을 통해 출발 직전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독일과 라트비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루지 강국과 견줘 한국의 경기력은 다소 처지는 게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와 훈련에 임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과거와 견줘 경기력이 많이 향상됐고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점이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와 견줘 썰매의 조정 기술과 상황에 따른 대처가 요구되는 종목이기에 유소년 시절부터 루지 주행감각을 익힌 유럽 강국과 격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루지 선수들의 자신감 향상을 위해선 국민들의 관심과 칭찬이 필요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황승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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