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 박용택이 입증한 주장&베테랑의 품격

입력 2018-0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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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장’ 박용택이 일찌감치 리더 역할을 시작했다. 21일 ‘개인 자격’으로 출국한 22명의 LG 해외전지훈련 선발대에서 선수단 전체 인솔을 맡았다. 스포츠동아DB

LG 박용택(39)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찾은 첫 해인 2018시즌 새롭게 주장으로 뽑혔다. 지금까지 보여준 출중한 기량이나 팀 내 영향력 등을 두루 고려하면 굳이 주장 완장을 채우지 않더라도 팀의 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선수다. 그런 박용택을 류 감독이 주장으로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박용택은 21일 후배 선수 21명을 이끌고 먼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정한 비활동기간 규정에 따라 이날 박용택을 비롯한 22명의 LG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먼저 출국했다. ‘당연히’ 코칭스태프, 훈련보조요원 등은 이들과 동행하지 않았다. 류 감독을 포함한 본진은 30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선발대로 9일이나 앞서 출발하지만, 공식적인 지원요원이 없는 만큼 21일 출국자들은 항공권 발권부터 출국수속까지 박용택의 인솔에 따랐다. 훈련장비 때문에 각자 짐이 한보따리씩이었는데, 박용택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후배들은 물론 각자의 짐까지 손수 점검하고 챙겨줬다.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솔선수범’이라는 표현마저 모자랄 정도. 류 감독이 왜 그에게 주장을 맡겼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한숨을 돌린 박용택은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새 사령탑의 공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차분히 털어놓았다. 그는 “나만큼 한국시리즈를 원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매년 그런 생각을 갖고 준비한다. 최근 몇 년간은 아깝게 문턱에서 실패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리에이전트(FA) 외야수 김현수, 현역 메이저리거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합류로 타선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현실에 대해선 “이전까지는 워낙 기대감이 없다가 이제 조금 기대감이 생길 것”이라고 웃은 뒤 “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젊은 선수들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클지, 누가 깜짝 활약을 할지 모른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명가재건을 노리는 팀의 주장답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묵직함이 배어 있었는데, 2018시즌의 변화에 맞춘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선 올해로 프로 17년차인 베테랑의 여유도 묻어났다. 그는 “최근 몇 년은 큰 기복 없이 시즌을 치렀는데, 4월에는 조금 고생하는 편”이라고 운을 뗀 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영향으로) 올 시즌 개막이 빠른데, 타격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려 초반에 기복을 줄이고 싶다. 또 시즌이 8월에 중단되는데, 그 시점이 시즌 끝이라는 생각으로 페이스를 이어가겠다. 아시안게임 휴식기에 재충전하고 잔여시즌을 치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10년 연속 3할 타율, 통산 2000경기 출전에 도전하는 관록의 베테랑이 있기에 더욱 기대되는 LG의 2018시즌이다.

인천국제공항 |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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