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Medical Story] 가볍게 생각했던 고관절…은퇴기로에 섰던 A-로드

입력 2018-0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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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로드리게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미한 부상은 95%이상이 재활로 회복
뼈끼리 충돌 ‘대퇴비구충돌증후군’ 최악
안일한 생각에 방치하면 선수생활 위험


야구선수에게 고관절 주위의 부상은 어깨관절이나 무릎관절에 비해 드물지만 최근 발생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메이저리그의 데이터베이스는 2011년∼2014년 사이에 1823건의 고관절 또는 고관절 주위 부상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부상의 5% 비율이다.

고관절 및 주위의 손상은 대부분 근육 및 인대의 손상, 타박상 등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도 충분한 휴식과 재활로 정상적인 복귀가 가능하다. 실제로 전체 고관절 주위 부상 가운데 95%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방치된 고관절 손상은 선수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이 경우 복귀를 위해서는 최소 4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최근 야구선수의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고관절 상태 가운데 하나로 대퇴 비구충돌증후군이라는 질환이 보고 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고관절 문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알렉스 로드리게즈는 2010년대 초반 좌측 고관절의 통증과 관절운동의 감소로 은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고관절의 관절 회전반경은 스윙 스피드 및 비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알렉스 로드리게즈는 홈런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스윙할 때마다 발생하는 고관절 부위의 통증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스윙이 힘든 상태에 이르게 됐다.

우리 몸의 고관절은 공과 소켓모양과 유사한 구상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대퇴 골두가 볼의 모양, 골반 골의 비구가 소켓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모양 때문에 고관절은 어깨관절 다음으로 우리 몸에서 관절운동 범위가 넓다.

하지만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이 있는 경우 대퇴 골두나 골반골의 비구가 비정상적인 모양을 갖는다. 이 경우 뼈끼리 충돌해 관절의 운동범위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일반인에게는 이러한 상태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관절운동을 최대한 이용해야하는 운동선수 특히 야구선수에서는 기량의 저하로 이어진다.

관절 비구는 고관절이 불안정하지 않도록 관절 와순이라는 구조물이 둘러싸고 있다. 반복적인 골 구조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결국 스윙 때 통증, 고관절의 불안정으로 연결된다.

알렉스 로드리게즈는 2013년 특수 수술병원의 켈리 박사로부터 고관절 모양을 정상으로 깎아주는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은퇴할 때까지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조시 베켓.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은 타자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투수, 특히 오버헤드 모션으로 투구하는 투수에게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버헤드 투구는 고관절의 충분한 회전이 구속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던 조시 베켓이 선수생활 말년에 자주 부상자 리스트에 오른 이유도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포수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포수가 공을 블로킹하기 위해 흔히 취하는 자세(다리를 안쪽으로 돌리며 공을 막는 것)가 이에 해당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대퇴비구충돌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은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고관절 주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이러한 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선수의 경우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의 경우 프로선수보다는 프로 예비군, 또는 사회인 야구선수 가운데 중,고등학교때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선수들에게서 이러한 상태를 자주 접한다. 이들은 대부분 고관절의 강직이 있으며 관절의 운동범위가 눈에 띄게 감소된 상태다. 추정하건데 이들이 프로에 진입한 동기들보다 기량이 떨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도 적절히 처리되지 않은 고관절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신체검사 및 엑스레이 2-3장으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심되는 야구인이 주위에 있다면 진료를 권유해볼만하다.

조승환 교수·KIA 타이거즈 필드닥터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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