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의 배려가 V리그에 준 메시지

입력 2018-03-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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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 ‘도드람 2017~2018 V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이미 순위가 갈린 상황에서의 경기였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이벤트를 하나 마련하고 있었다. 송병일, 임동규 코치의 은퇴식이 그것이었다.

KB손해보험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직후, 식이 시작됐다. 묵직한 울림이 생긴 시점은 그때부터였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만 쉬도록 들여보냈고, 홀로 남았다.

권 감독은 현대캐피탈 두 코치의 은퇴식을 끝까지 서서 지켜봤다. 상대팀이어도 두 코치들의 빛났던 순간들을 격려해주기 위해서 기다린 것이다. 권 감독의 배려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과 신현석 단장도 감사를 표시했다.

한국전력 세터 권영민은 1월31일 현대캐피탈전에서 1만 3000세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팀이 패해 기록은 빛이 바랠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기 직후 최 감독은 권영민을 찾아가 축하를 건넸다. 적장임에도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권영민의 성취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월 31일 권영민의 1만3000세트 기록을 축하하는 최태웅 감독. 사진|SBS SPORTS 캡쳐


V리그가 인기가 높아질수록, 자본 투하가 많아질수록, 이해관계가 첨예해지고 있다. 구단끼리의 의견 불일치, 구단과 KOVO(한국배구연맹)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KOVO의 중재력은 한계가 있다. 오죽하면 제도개선위원회까지 만들었다. 남자 7개, 여자 6개 구단 사무국과 KOVO의 협의체인 실무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이러니 KOVO 이사회마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리그 전체를 생각하는 구단의 마인드 전환이 먼저다. 당장은 자기 팀에 손해인 듯해도 상황이 바뀌면 이득일 수 있는 것이 정책이고 세상사다. 핵심은 ‘얼마나 공정한가’와 ‘얼마나 리그 전체를 위하는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이다. 내 팀만 생각하면 V리그는 성립이 불가능하다. 코트에서 펼쳐진 역지사지의 마음이 장막 뒤에서도 이뤄져야 배구가 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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