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스포츠] MLB 마케팅 벤치마킹, ‘돈버는 배구’ 시작한 현대캐피탈

입력 2018-05-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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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입장수입만으로는 사업성에 한계
세계가 고객인 ML사이트 롤 모델
작년 자체 상품판매로 1억원 수입

선수도 부가가치 높이려 팬 가까이
파이 키우려면 각 구단 공조도 중요


최근 현대캐피탈 사무국은 전국의 프로야구장과 축구장을 돌고 왔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준비로 바빴을 때였지만 다른 판단을 했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다음 시즌 팀에 필요한 외국인선수를 뽑는 것은 감독님께서 잘 하실 것이다. 우리는 돈버는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다른 종목에 눈을 돌렸고 많은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각자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전문적으로 행동하는 구단은 언제나 앞서갈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프로배구의 한계와 생존의 길

김성우 국장에게 벤치마킹 투어에서 느낀 점을 물었다. “역시 규모의 차이를 실감한다. 마케팅을 할 다양한 장소, 관중편의 시설과 규모 등에서 실내종목인 우리와는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홈구장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5500석 규모지만 코트가 보이지 않는 좌석을 빼면 실제사용은 4800석이 한계다. 관중 2만5000명 이상이 들어차는 프로야구와는 수입규모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홈에서 72경기를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20경기를 했다. V리그에서 가장 마케팅을 잘하고 관중이 많은 현대캐피탈의 시즌 입장수입은 7억원이었다. 평균좌석점유율 90%가 만든 성과다. 시즌 입장료 100억원을 넘는 프로야구와 큰 차이다. 경기당 2∼3만 명을 수용할 돔구장을 가지거나 입장권 평균가격을 4만 원 이상으로 올리거나 경기 수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지 않는다면 사업으로서의 프로배구는 희망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한계에 굴복하고 돈 먹는 하마로만 지내야 할까?

김 국장은 “방법은 있다. 다만 올바른 투자와 철저하고 장기적인 실행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통합마케팅을 롤 모델로 봤다. 메이저리그는 mlb.com을 중심으로 각 구단의 다양한 상품과 티켓구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 야구 뉴스와 동영상을 꾸준히 공급하며 야구팬이 모이는 인터넷 장터를 열었다. 팬들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돈벌이도 가능토록 했다. 모바일 사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MLB는 이런 방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야구를 소비하게 만들었다. KOVO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문제는 초기 투자비용과 각 구단의 이해관계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메이저리그 통합마케팅에서 배우는 프로배구 생존의 전략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자체 상품판매로 1억원의 수입을 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00만∼3000만원의 수입이 고작이었지만 상품판매이윤 전부를 제작회사에 돌려주며 꾸준히 시장을 키운 덕분이다. 구단의 몫을 포기하고 이익을 보장하자 상품 제작회사는 더욱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김 국장은 “만일 각 구단이 통합해서 머천다이징 상품을 만든다면 모자 하나만 해도 13개 제품이 된다. 후드티, 유니폼 등 할 것은 많다”고 했다. 지금 KOVO에 필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다. 선수의 초상권과 캐릭터 등의 권리를 KOVO와 구단이 보유해 구단들이 생각만 바꾸면 할 수 있는 사업은 다양해지고 훨씬 커진다. 문제는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와 아이디어다. 또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전문가의 존재다.

우선은 시장을 키워야 한다. 이와 함께 스타선수가 갖는 파워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로야구도 인프라 확충을 통해 경기의 가치를 높이며 수익을 늘려왔지만 차츰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해결방법은 “선수가 가진 무형의 가치, 티켓과 상품판매 파워를 더 높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캐피탈도 이 대목에 주목한다. 스타선수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꺼려했던 선수의 대중노출을 더 늘리고 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화에도 눈을 돌렸다. 조만간 이런 아이디어가 들어간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선수는 경기만 열심히 하고, 이기면 관중은 온다면서 구단은 성적에만 올인하고, 팬들에게는 재미없는 상품(경기)을 강요하던 방식에서 변해야 한다. 굳이 배구 아니라도 볼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세상이다. 달리 볼 것이 없어 경기장을 찾던 ‘백구의 대제전’ 시대는 이제 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제품의 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한다. 제 아무리 비싸도 소비자가 지출한 가치만큼 만족했다면 그 산업은 성공한다. 그러기 위해서 연맹이 리그의 품질을 높여 경기를 고부가 가치의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구단은 스타선수를 만들어 더 많은 팬들이 배구와 파생상품을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 3일 시작하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은 한 시즌 V리그의 농사를 결정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제대로 된 생각의 공유는 V리그의 미래를 결정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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