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평균…KBO리그의 ‘꾸준함 실종사건’

입력 2018-05-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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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에서 한화 김태균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LG 선발 차우찬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몇 년간 활약한 선수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언젠간 그들의 평균에 수렴할 것이다.” 현장의 감독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올해는 이 공식이 깨질지 모른다. KBO리그에 꾸준함이 사라지고 있다.

투수 가운데서는 차우찬(31·LG)과 유희관(32·두산)의 부진이 눈에 띈다. 차우찬은 2017시즌 앞서 4년간 총액 95억원에 LG와 계약했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0승7패 방어율 3.43으로 호투하며 ‘잠실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올해 7경기에서 3승4패 방어율 8.42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LG로서는 마운드 계산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유희관도 마찬가지. 2013년 깜짝 등장한 그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승 고지에 오르며 두산 마운드의 중심을 지켰다. 그러나 올해는 공의 회전수가 현저히 떨어졌고, 7경기에서 1승3패 방어율 8.64로 흔들린다.

야수진에서도 ‘꾸준함의 상징’들이 무너지고 있다. 정근우(36·한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근우는 2014시즌에 앞서 한화에 이적한 뒤 4년간 494경기에서 타율 0.31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팀 내 최다 출장이다. 그런 그가 올해 33경기에서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하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프리에이전트(FA) 첫해인 강민호(33·삼성) 역시 33경기 타율 0.261 5홈런 16타점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두산 유희관-한화 정근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MBC스포츠+ 정민철 해설위원은 “부진에 빠진 베테랑들은 나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37세인 2009년까지 현역, 그것도 줄곧 선발투수로 뛰었다. 정 위원은 “나도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젊었을 때의 느낌과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20대부터 쌓인 노하우로 다른 길을 모색했다. 베테랑들은 하나의 루트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기존의 방법이 막히면 다른 방법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근우와 유희관, 박민우(NC) 등은 현재 1군에 없다.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벤치의 배려와 존중이 더 필요하다. 정 위원은 “1군 말소 자체만 보면 예민할 문제다. 이를 다독이기 위한 당근이 필요하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시하는 것이 벤치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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