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MLB Tracker] 보스턴에서 다시 밀려난 라미레스의 앞날은?

입력 2018-05-30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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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 보스턴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전격적으로 중심타자 핸리 라미레스(35)를 지명양도(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로 방출 또는 트레이드하겠다고 공표했다. 6월초까지가 데드라인이다. 4년 총액 8800만달러(약 951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스타플레이어를 포기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무릎 수술 후 복귀하는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로스터에 넣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올 시즌 ‘부진(타율 0.254·6홈런·29타점)한’ 라미레스의 남은 몸값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해 잔여연봉 1500만달러(약 162억원)는 매몰비용으로 치더라도, 라미레스가 올 시즌 497타석을 채우면 자동옵션으로 실행되는 내년 연봉 2200만달러(약 238억원)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30일 보스턴이 백업 1루수로 FA 애덤 린드와 계약한 데서 좀더 분명해졌다. 한때 LA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인연 덕분에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라미레스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최고 유망주에서 트레이드 매물로!


이로써 라미레스는 보스턴으로부터 2차례나 버림받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경력은 그 누구에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빅리그 14년간(실질적으로는 13시즌) 1652경기에서 통산 타율 0.290, OPS 0.848, 269홈런, 909타점, 1045득점, 281도루를 쓸어 담은 엄청난 능력자다.

2005년 11월 보스턴은 파이어세일에 나선 플로리다 말린스에 유망주 유격수 라미레스를 넘겨주고 투수 조시 베켓(38)과 내야수 마이크 로웰(44)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의 목표는 뚜렷했다. 베켓과 로웰은 2003년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다. 베켓은 특히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 그해 월드시리즈 2경기에 선발등판 해 6차전 완봉승을 포함한 1승1패, 방어율 1.10의 성적으로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그 덕에 말린스는 4승2패로 양키스를 따돌릴 수 있었다.

최고 명문구단의 유망주였다가 하루아침에 내침을 당했지만, 라미레스로선 전화위복이나 다름없는 트레이드였다. 말린스에서 보낸 6시즌 반이 그에게는 황금기였다. 이적 첫해였던 2006년 곧바로 풀타임 빅리거로 도약해 타율 0.292, 17홈런, 59타점, 51도루로 내셔널리그(NL)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09년에는 타율 0.342, 24홈런, 106타점을 기록하며 NL 타격왕에 등극했다. NL MVP 투표에선 2위에 올랐다(2009년 NL MVP는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앨버트 푸홀스였다). 3차례의 올스타, 2차례의 실버슬러거 수상 모두 말린스에서였다.

지금이야 불어난 몸집과 부상 우려 때문에 슬렁슬렁 걷는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말린스 시절에는 2006년 51도루에서 확인할 수 있듯 무척 날렵했다. 2007년 다시 51도루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30홈런-3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20홈런-20도루 클럽에는 무려 4차례나 들었고, 20도루 이상 시즌은 모두 7차례였다. 2012년 7월 다저스로 이적한 뒤부터 급격히 도루가 줄었다.


●첫 이별은 윈-윈, 2번째는?


2005년 11월의 트레이드는 보스턴에도 큰 이득을 안겼다. 이미 모두 은퇴했지만 베켓은 에이스, 로웰은 중심타자로 자리 잡아 2007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해 베켓은 20승7패, 방어율 3.27을 올렸다. 베켓이 20승을 찍은 유일한 시즌으로 AL 다승왕도 그의 몫이었다. 로웰 역시 2007시즌 타율 0.324, 21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콜로라도와 맞붙은 월드시리즈 4경기에선 15타수 6안타(타율 0.400) 1홈런 4타점을 뽑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트레이드였던 셈이다.

다저스를 거쳐 2015년 보스턴으로 복귀한 라미레스는 지난 4년간 429경기에서 타율 0.260, OPS 0.776, 78홈런, 255타점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6년에만 타율 0.286, 30홈런, 111타점으로 보스턴의 지구 우승에 일조했다.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지속된 까닭에 새 둥지 찾기도, 성공적 재기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아직은 장타력이 살아있는 만큼 지금의 시련을 또 한 번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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