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연속경기 출장, KT 최태원 코치에게는 훈장이자 애증

입력 2018-09-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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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최태원 코치. 스포츠동아DB

KT 최태원 코치. 스포츠동아DB

‘철인’ 최태원 코치(KT 위즈)는 또 한명의 철인이 등장하길 바라지 않는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이, 야구 후배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것을 오롯이 쏟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태원 벤치코치는 선수 시절 철인으로 불렸다. KBO리그에서 가장 긴 경기에 쉼 없이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이던 1995년 4월 16일 무등 해태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2002년 9월 8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까지 1014경기에 멈춤 없이 출장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6연속시즌 전 경기 출장의 위업을 달성했다. 쌍방울의 돌격대장 중 한 명으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최태원 코치 다음으로 연속경기 출장 행진을 길게 유지한 이는 김형석(OB 베어스)으로 622경기에 꾸준히 나섰다. 최 코치의 기록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6일 현재 진행 중인 기록은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439경기다. 최 코치의 기록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최 코치는 이 기록을 훈장인 동시에 애증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유니폼 입고 운동장에 나가는 자체가 즐거웠다. 기록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모든 걸 바쳐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스스로를 밀림 속으로 던진 느낌이다. 분명 부상이 찾아왔는데도 내 스스로 ‘이건 부상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고 치부했다. 정신으로 몸을 속였다. 그만큼 출장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프로 입단 당시부터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 연속경기 출장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을 만큼 투지로 뭉쳐있던 그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회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철인이었던 최 코치는 이제 선수들의 휴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잔부상을 당했을 때 2~3일 정도 쉬고 회복하면 팀에 더 도움 된다. 경기 출장 강행이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 ‘하루 이틀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최 코치는 이러한 소통의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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