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모션은 건조했지만…가슴 속 열정은 뜨거운 벤투

입력 2018-09-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후반 대한민국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고양|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대한민국 축구는 2022카타르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에게 3년4개월+1년(옵션)의 상당히 긴 계약기간을 보장하면서 강력한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기나긴 레이스의 출발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 평가전(2-0 승)이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손발을 맞춘 지 나흘 만에 초록 그라운드를 밟은 태극전사들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경기를 지배하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점유하는 축구”를 자신의 철학으로 밝힌 벤투 감독의 의지에 제자들은 정확히 부응했다.

한국축구와의 동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공식 데뷔전이었지만 정장이나 평소 즐기는 세미 캐주얼 복장이 아니었다. 트레이닝복 하의에 성명 이니셜(PB·파울루 벤투)을 새긴 회색 티셔츠를 걸친 편안한 차림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기술구역)로 들어와 선수들을 지휘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벤투 감독의 데뷔전인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한국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을 책임진 신태용(48) 전 감독에 앞서 대표팀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64·독일) 감독은 킥오프를 위해 선수들이 입장할 때 터치라인 길목에서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눴으나 벤투 감독은 달랐다.

열정적이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이지만 몸동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선수 개개인보다는 팀 전체를 조망하려는듯 팔짱을 끼거나 하의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경기를 조용히 응시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보냈으나 가끔씩 벤치에 앉는 여유도 보였다.

당연히 움직임은 많지 않았다. 볼 전개 방향에 따라 기술구역에서 몇 걸음 옮기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간간히 박수를 치기도 했는데, 상대의 볼을 가로채 빠른 역습을 진행할 때와 ‘캡틴’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등 공격수들이 수비에 깊이 가담하는 등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나왔을 때다. 심지어 아쉬운 장면이 나왔을 때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콧등을 찌푸리는 정도로 감정 표현을 끝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과 김영민 코치(오른쪽). 고양|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라운드를 향한 작전 지시는 많지 않은 반면, 주변 코칭스태프, 교체 선수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하프타임을 맞아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할 때도 코칭스태프와 한참 대화하며 후반 전략을 구상했다. 표정은 거의 풀지 않았다. 기다린 골이 터진 순간에도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후반 중반 남태희(27·알 두하일 SC)의 추가골이 나오자 주먹만 쥐어보였을 뿐, 금세 고개를 돌리고 교체를 앞둔 선수에게 작전 지시를 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교체 아웃된 선수들에게는 주먹을 맞대고 어깨를 감싸는 따스함도 보였다. “강한 카리스마를 갖추신 분”이라는 손흥민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고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