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를 관통한 타격, 김재환 발전의 확실한 증거

입력 2018-09-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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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42호 홈런을 폭발했다. 홈런왕 경쟁상대인 박병호(40개)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틀 연속 아치를 그리며 한껏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 홈런 부문 1위는 김재환(30·두산 베어스)이다. 4-5로 패한 19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42호 홈런을 터트리며 이 부문 2위 박병호(32·넥센)와 격차를 2개로 벌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홈런을 추가한 것도 값지지만, 극단적인 상대 시프트를 관통한 장면은 김재환의 발전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 장면이라 더 큰 의미를 남겼다. 경기에 앞서 “김재환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단언한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날 김재환은 시프트를 피하지 않았다. 빈 공간을 노린 타격보다 자기 스윙에 집중했다. 넥센 내야진의 극단적인 시프트와 마주한 4회 두 번째 타석이 좋은 예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는 텅텅 비어있었고, 반대로 1~2루간은 촘촘했다. 잡아당기는 타구가 많은 김재환의 성향을 분석한 넥센의 수비 전략이었다. 그러나 김재환은 넥센 선발투수 이승호의 6구째(시속 141㎞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2-2로 맞선 6회에도 4회와 같은 넥센의 시프트를 뚫어내며 우전 안타를 생산했다.

실제로 18일까지 김재환은 우측으로 타구를 보냈을 때 0.453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 기록한 42개의 홈런 방향이 고르게 형성된 것도(좌15·중9·우18)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초반에도 이와 같은 극단적인 시프트를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슬기롭게 정면돌파하는 단계까진 아니었다. 특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아닌, 땅볼 타구는 여지없이 우측을 향했으니 상대 내야진의 시프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이때 타자들의 선택지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빈 공간을 활용하는 타격과 기존의 방향을 고수하며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생산하는 것이다. 김재환은 후자다.

김 감독은 “김재환은 더 발전할 수 있다. 힘이 대단하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면서도 “공을 좀 더 잡아놓고 치면 기록이 더 향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덧붙여 “최고의 레벨에서 더 떨어지지 않는 것도 발전”이라는 말로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감독의 말대로, 김재환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홈런왕 경쟁상대인 박병호 앞에서 시프트를 피하지 않고 이틀 연속 홈런포를 폭발한 그의 타격 또한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다. 무엇보다 기술적인 부분은 온전히 본인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 의미가 크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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