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욕심에 발목 잡힌 황인범, MLS가 유럽행 발판될까?

입력 2019-01-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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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황인범(23·대전 시티즌)의 새 행선지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결정됐다. 캐나다에 연고한 밴쿠버 화이트캡스 유니폼을 입는 것이 확정됐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26일과 27일에 걸쳐 “황인범이 밴쿠버와 이적 합의를 끝냈다”고 전했다. 밴쿠버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팀이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측면 수비수 이영표(42)가 몸담았다.

그런데 전혀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황인범이 밴쿠버로 향할 것”이라는 현지 뉴스가 꾸준히 터졌다. 심지어 MLS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황인범의 미국 입성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정도였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금메달 주역인 황인범은 2018년 한국축구를 빛낸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다. 병역의무에서도 자유로워진 만큼 축구계에서는 대형 신예의 등장에 큰 기대를 품으며 황인범의 유럽 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보냈다. 황인범은 분데스리가에서 좋아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확실한 카드였다. 클럽 도산 등 재정적인 위기를 겪은 바 있는 독일은 ‘효율 경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젊은 피에게 유난히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황인범은 독일로 향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K리그2 소속팀 대전이 책정한 이적료가 너무 높았다. 최소 200만 달러(약 22억원) 이상을 불렀다. 일각에서는 대전이 250만 달러(약 28억원)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독일에서 1·2부리그를 통틀어 바이에른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아닌 경우, 이 정도 이적료를 지불할 여력이 있는 클럽이 많지 않다. 이 과정에서 여러 팀들이 발을 빼야 했다. 함부르크SV, 묀헨글라트바흐, 베르더 브레멘, 샬케04, 뒤셀도르프 등이 관심을 보였고 이 중 한 팀은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적료를 제안했으나 대전이 거절했다.

많은 축구 인들은 “대전의 유일한 관심은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일이었다. 에이스를 해외로 보내며 두둑한 이적료를 챙기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황인범은 특별한 케이스다”라며 “애초에 ‘돈이 안 되는’ 유럽의 관심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200만 달러를 보장한 밴쿠버와 협상에 매진했다. 공정한 영입전이 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밴쿠버는 대전과 달리 황인범의 유럽행에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약서 옵션에도 ‘향후 유럽 진출을 돕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밴쿠버 마크 도스 감독의 유럽 네트워크도 넓다.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과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황인범은 “내가 먼저 유럽을 노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클럽이 날 찾도록 실력을 쌓겠다”는 입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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