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없이 이기는 법, 롯데 앞에 놓인 10년 넘게 해묵은 과제

입력 2019-09-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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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언제까지 제가 스타가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본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친 뒤 2017년 돌아온 이대호(37·롯데 자이언츠)는 복귀 첫해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이대호가 2군에 내려갔다. 해묵은 숙제의 해답을 찾지 못했던 롯데, 이번에는 달라질까.

롯데는 8월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이대호를 1군에서 말소했다.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 3경기 정도 남겨둔 9월 잔여 일정 때 2군으로 내려간 걸 제외하면, 이대호의 1군 말소는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이대호는 54경기에서 타율 0.243, 4홈런을 기록한 ‘미완의 대기’였다. 바꿔 말하면 롯데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한 이래 최초의 2군행인 셈이다.

자연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대표이사의 개입설을 제기했다. 이대호의 말소 전날, 역시 베테랑인 채태인(37)이 2군으로 내려간 바 있다. 이와 묶어 김 대표 체제의 급진적 리빌딩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공필성 감독대행의 주도로 이뤄졌다. 공 대행은 30일 경기에 앞서 “(이)대호의 손목이 좋지 않다. 대호는 아직 해줄 게 많다. 상황을 봐서 복귀 시점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몸 상태가 100%인 건 아니지만, 공 대행이 강조한 팀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공 대행은 최근까지도 측근들에게 “난 수석코치든 감독대행이든 ‘롯데맨’이다. 롯데 소속으로 30년 가까이 보냈다”라며 “내가 팀을 떠나더라도 이 팀이 강해질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대호의 말소는 팀 무게중심을 손아섭, 전준우 등 30대 초반 선수들에게 넘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대호의 2군행이 이토록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결국 지난 십수 년간 이어진 롯데의 육성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WPA(Win Probability Added·추가한 승리 확률) 1.50으로 팀 내 1위다. 25억 원의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켰느냐에 대해 묻는다면 모를까, 지금 롯데에서 타격으로 이대호를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 이대호는 2006년과 2008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르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이대호가 해외로 떠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롯데는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를 육성하지 못했다. 이대호 다음 세대를 꼽으라면 여전히 손아섭, 전준우 말고 마땅한 인물이 없다. 그들도 벌써 10년차를 넘어선 베테랑 선수다. 이대호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의 잡음도 없었을 것이다.

롯데는 이대호가 2군으로 내려간 뒤 진행된 3경기를 모두 패했다. 9월 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9안타 1볼넷을 얻고도 2득점에 그쳤다. 최근 4연패 수렁이다. 롯데로서는 이대호가 빠진 3경기 모두 3점차 이내로 승패가 갈렸다는 점에서 해결사 부재가 뼈아프다. 이대호는 자신 없이도 승리하는 롯데를 바란다. 하지만 올해도 그건 요원해 보인다. 롯데의 해묵은 과제가 마침내 피부로 다가왔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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