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테일러. 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테일러는 이날 오후 김천 출입국사무소에서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미디어데이에 불참했다. 19일 인천에서 흥국생명과 시즌 개막전을 벌이는 도로공사 선수들도 테일러의 비자가 나오면 함께 원정버스를 타고 이동하려고 대기했다. 김종민 감독과 문정원만이 미디어데이 참석을 위해 일찍 김천에서 서울로 따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외국인선수들은 한국에 입국할 때 가까운 일본에 머물며 취업비자를 받아온다. 흥국생명의 새로운 외국인선수 루시아도 아르헨티나 대표선수로 월드컵을 마치고 오사카에서 머물며 취업비자를 받았다. 테일러는 미국에서 쉬던 차에 긴급히 도로공사의 호출을 받고 입국했다. 이때는 관광비자였다. 테일러는 도로공사와 입단계약을 맺자마자 합동훈련에 들어가야 했기에 외국에 나가서 취업비자를 받기에는 시간이 빡빡했다. 그래서 새로운 거주지 김천에서 취업비자를 신청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도로공사와 개막전에서 맞붙는 흥국생명도 루시아의 국제이적동의서가 늦게 나와서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17일 아르헨티나 배구협회에서 이적을 동의해줘 등록을 마쳤다. 흥국생명과 이런저런 과거의 인연으로 얽힌 테일러의 출전 때문에 사람들은 개막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데이 때 박미희 감독이 도로공사를 올 시즌 꼭 이겨야 할 상대로 꼽은 이유 가운데는 테일러도 있었다. “흥국생명에서 6시즌째인데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테일러였다. 그래서 이기고 싶다”고 했다.
흥국생명의 관계자는 “우리는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도 테일러를 출전시켜주고 싶다. 배구선수는 코트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과거의 일은 코트에서 경기로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래저래 이번 여자부 개막전은 많은 스토리와 복선이 깔려 흥미진진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