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강하다” 이대호가 학부모에 전한 코끝 찡한 진심

입력 2019-12-03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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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등촌동 KBS 아레나에서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최하는 ‘2019 빛을 나누는날‘ 유소년야구클리닉이 열렸다. 10개 구단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대호 선수협회장이 인사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이들은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강합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3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KBS아레나에서 유소년 야구 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5년째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10개 구단별로 3명씩, 총 30명의 선수가 참여해 야구 꿈나무들과 함께 캐치볼, 게임을 하고 사인회와 애장품 증정의 시간도 가졌다.

이대호 선수협 회장에게 이날은 조금 더 특별했다.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팬들에게 강연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는데 심지어 야구 꿈나무들의 부모님이 대상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찍 부모를 여읜 그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회비부터 장비 비용까지 돈이 많이 필요한 야구를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전할 이야기도 많았다. 이대호는 “13살 때부터 ‘내가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았다. 돈이 없기 때문에 친구, 후배보다 훨씬 더 잘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는 회상에 많은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3일 서울 등촌동 KBS 아레나에서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최하는 ‘2019 빛을 나누는날‘ 유소년야구클리닉이 열렸다. 롯데 민병헌과 SK 한동민이 유소년야구선수들과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질의응답 시간. 한 학부형은 “아이가 야구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야구 아카데미에 다니는 주위 친구들처럼 지원해줄 수 없는 형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대호 역시 목이 멘 목소리로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단언컨대 사교육을 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능 만점자도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하지 않나. 아이들은 그런 걸로 부모를 원망안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학부모의 욕심이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 생각보다 강하다.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질문 후 울컥했던 장동현 군(12)의 어머니는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이에게 미안함을 덜 수 있었기 때문에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대호는 취재진과 만나 “아이들 진로로 고민이 많으실 텐데, 짧은 시간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날 강의를 들은 학부모님들의 자제 중 프로선수가 나온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대호가 뿌린 씨앗은 어떤 열매로 자라날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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