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베이스볼] 천재타자와 22세 청년 사이…강백호는 부담과 친해졌다

입력 2020-03-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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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시즌을 통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KT 강백호는 3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는 부담감과 친해지면서 스스로 즐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KT 위즈

데뷔 첫해 29홈런으로 고졸신인의 홈런 관련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다. 2년차 때는 타율을 0.336까지 끌어올리며 정교함까지 과시했다. 강백호(21·KT 위즈)는 지난 두 시즌 KBO리그의 신드롬이었다.

그의 진짜 매력은 자신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찬 목소리에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긴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배들에게도 격의 없이 지내며 ‘케미’를 과시한다. 팬들은 이런 강백호에게 환호했다. 단 두 시즌 만에 KT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건 단지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감으로 숨긴 진심은 따로 있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강백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정점이었다. 강백호는 “사람인지라 긴장될 때도, 두려울 때도 있다. 일본과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는 정말 많이 떨었다. 스스로 야구를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 입단 후 그렇게 긴장한 게 몇 번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제 막 프로 세 번째 시즌에 접어들지만 팀 타선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0.284로 첫해에 비해 떨어졌던 건 이런 부담감 탓에 성급해졌기 때문이라는 자평이다. 강백호 어깨에는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 얹혀있다.

KT 강백호(왼쪽)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스프링캠프지에서 이강철 감독과 함께 웃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이제는 부담과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마추어 때 그랬듯 다시 야구를 즐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많은 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도 당연한 것 같다. 부담을 가져야 지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깨 위 짐은 타인의 기대에서 오는 것 아닐까. 그 짐이 무거울수록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거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다.”

강백호는 어린 시절부터 외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타인의 시선이 마냥 고울 수만 없다는 것도 남들보다 일찍 깨달았다. 중·고교 시절 다툰 부모님을 화해시키는 지름길이 그라운드 위 아들의 활약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도,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를 떠난 탓에 임종을 지키지 못한 할머니를 귀국 직후 마주했을 때도…. 강백호는 한 꺼풀씩 단단해졌다.

지난해 8월, 김원중(롯데 자이언츠)과 승부 도중 고함을 쳐 질타를 받았던 것은 돌아보면 좋은 약이 됐다. 강백호는 “남 눈치를 안 보는 것과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야구할 때만큼은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되 누군가를 언짢게 하진 않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강백호는 지난 2년간 괴력, 그리고 정교함으로 해마다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는 부담을 내려놓은 멘탈로 세 번째 충격을 안겨줄 준비가 돼있다. 강백호는 이제 부담과 친해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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