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리는 ‘정상 개최’ 희망하지만…점차 커져가는 도쿄올림픽 연기론

입력 2020-03-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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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예정된 스포츠 최대 이벤트인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상 개최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도 연기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2020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 스포츠는 올 스톱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회는 물론, 향후 예정된 대회도 대부분 중단됐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받는 무대는 하계올림픽이다.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일본 도쿄 일대에서 펼쳐질 올림픽은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국제 스포츠계의 시선이다.

물론 일본은 올림픽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14일 ‘올림픽 정상 개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긴밀히 협의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분위기는 일본 정부의 바람처럼 우호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올림픽은) 1년 연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중 없는 올림픽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올림픽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각 종목 최고의 스타들을 파견해 흥행을 책임졌고, 대회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사 NBC와 주요 스폰서에 이르기까지 수익의 큰 지분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도 코로나19로 신음 중이다. NBA(미국프로농구)·MLS(프로축구)·NHL(아이스하키) 등이 일단 멈췄고, MLB(프로야구)는 개막이 연기됐다. 2월까지도 “올림픽 개최를 응원 한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배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회의적인 코멘트도 등장했다. 그는 최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보건기구(WHO)가 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WHO 권고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WHO는 12일 ‘글로벌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을 선언한 상태로 향후 추이에 따라 올림픽 연기나 취소 등을 제안할 수 있다. IOC도 각국 선수단과 관중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올림픽을 강행하는 무리수는 두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은 초비상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긴급 회담을 갖고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림픽의 연기와 취소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그리스의 올림픽 성화 봉송도 전격 취소됐다. 그리스올림픽위원회는 “관중 운집을 막기 위해 남은 일정을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19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로 성화를 넘기겠지만 12일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가 그리스 내에서 더 이상 도는 일은 없다.

일본 내 여론도 부정에 가깝다. 다만 ‘취소’가 아닌, ‘연기’에 무게를 싣는다. 올 하반기가 어렵다면 1~2년 스케줄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재일동포 출신 일본 야구의 전설 장훈은 15일 “위험한 일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1년 연기하는 것이 좋다”며 1년 연기를 제안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현지 언론에선 “총리실이 이미 올림픽 취소·연기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이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티켓과 현지 숙박 취소, 중계권 등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일단 IOC는 최대한 시간을 두고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아직 4개월 정도 시간이 남은 만큼 지나치게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도 부담이다. 유치 과정도 매끄럽지 않은데다 악명 높은 열도의 무더위, 여전히 위험수위를 오가는 방사능 유출 우려까지 도쿄올림픽은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대회로 치닫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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