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경기 무자책’ 자신감이 깨운 김정빈의 가능성

입력 2020-06-02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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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정빈. 스포츠동아DB

유망주에겐 그저 작은 디딤돌 하나가 필요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의 재료가 될 단 한 번의 성공이 있어야 했다. SK 와이번스 새 좌완 필승조로 거듭난 김정빈(26)의 출발도 그랬다.

김정빈의 행보가 놀랍다. 2013년 SK 입단 이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1일까지 12경기(12.1이닝)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팀 내 유일한 무자책점 투수다. 코칭스태프의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당초 여유로운 상황에서 차근차근 1군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고비가 왔을 때 김정빈부터 찾는다. 셋업맨 서진용, 클로저 하재훈과 함께 팀의 ‘오늘’을 수호하는 존재가 됐다.

긍정적인 결과가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반복됐다. 5월 5일 개인 첫 개막전 등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직구의 위력을 확인했고, 5월 8일 롯데 자이언츠전서는 9회말 8-8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당돌함을 입었다. 김정빈도 “압박감을 한 번 넘어서니 더 이상 부담되는 경기는 없다”고 씩씩하게 웃는다.

자연스럽게 제구력도 향상됐다. 2019년 상무서 군복무를 마치기 전까지는 잦은 볼넷 허용이 김정빈의 불안 요소였다. 올해는 다르다. 4볼넷에 14삼진을 솎아내는 저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너는 볼넷을 줘도 된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코칭스태프의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 김정빈은 “무조건 자신 있게만 던지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감독, 코치님이 나를 믿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털어놨다.

상무에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키워왔다. 혹독한 웨이트 훈련으로 체중을 73㎏에서 90㎏까지 늘려온 것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김정빈이 구단에 보낸 무언의 메시지였다. 그는 불펜 핵심 보직을 꿰찬 지금도 “결과가 쌓이다 보니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지만 “경기에 나갈 때 마다 최선을 다해 잘 던지고 싶다”는 초심을 지키고 있다.

당장의 성과에 들뜨지 않으려 한다. 개막 직후 호투를 이어가면서도 “적어도 10경기는 치러봐야 한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원정 룸메이트로 지내는 박종훈 역시 곁에서 “나태해지지 마라. 캠프에서부터 잘 준비했으니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고 끊임없는 자극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판단은 주위에서 하는 것”이라는 김정빈은 “나는 그저 열심히 던지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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