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직|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어수선함은 불가피했다. 한화 이글스가 ‘최원호 감독대행(47) 체제’의 첫 발을 뗐다.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위해 원정길에 오른 한화 선수단의 발걸음은 평소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한화는 7일 한용덕 감독의 사퇴 후 8일 최원호 퓨처스(2군) 팀 감독에게 대행을 맡겼다. 경기가 없던 8일 최 대행은 부산 원정을 떠나기 전 선수단과 미팅을 했다. 그는 “앞으로 즐겁게 야구를 하자. 나도 그런 성격이 아닌데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 다만 큰 점수차로 질 때 너무 눈치 없게 하지만 말자”고 당부했다.
한화 선수단은 9일 오후 4시15분경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4시30분부터 양 팀 스태프가 배팅케이지를 옆으로 치웠다. 보통 홈팀이 타격훈련을 마치면 자연스레 원정팀이 방망이를 든다. 하지만 한화는 포수와 내야수의 수비 라운딩 훈련으로 이를 대체했다. 타격훈련은 15분여의 수비훈련을 마친 뒤 진행됐다. 한화 관계자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가끔씩 라운딩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의 시선은 첫날부터 분위기 전환과 수비 강화에 고정된 것이다.
선수단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롯데 선수단과 인연이 있는 기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등 여느 때와 다름없는 경기 전 일상을 보냈다. 차이점이라면 한화 선수들끼리도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콜업된 선수 9명 중 박한결과 장운호를 제외한 7명이 올 시즌 처음 1군에 등록됐다. 전날(8일)까지 육성선수였던 강재민, 박정현, 최인호는 정식선수 전환과 동시에 1군으로 올라왔다. 김태균 등 기존 1군 선배들이 낯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필요했다. 8일 10명을 말소했던 한화는 이날 9명만 콜업했다. 말소 후 열흘이 지나지 않은 장민재는 1군과 동행중이다.
확 달라진 한화는 적장에게도 고민을 안겨줬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준비한 플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타선을 짤 때도 부담이 좀 있었다. 우리가 첫 상대라 더욱 그렇다. 워윅 서폴드(한화 선발) 다음 어떤 투수가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처음 만난 최 대행은 “항상 새로운 일을 맡을 땐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전날부터 정신이 너무 없었다. 방향에 대한 생각을 줄곧 했다”고 입을 열었다. 대행을 맡자마자 급격한 변화를 가한 것에 대해선 “사실 1군 모든 선수를 다 바꿀까도 생각했다. 기존 선수들이 여태껏 경기에 나가서 패했고 ‘변화를 안 주냐’고 욕을 먹었다. 반대로 젊은 선수들을 내보내면 ‘1군이 퓨처스리그냐’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도 안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