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포일 제로‘ 삼성 안방의 숨은 기록, 최저 Pass/9에 주목하라

입력 2020-07-08 12: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강민호(왼쪽)-김민수. 스포츠동아DB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 바로 안방의 안정감이다.

야구에서 포수는 안방마님으로 불린다. 그라운드에 서있는 9명의 야수들 중 8명을 마주보는 유일한 존재이자,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의 중심이다. 그 자체만으로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포수가 흔들리면 나머지 야수들은 불안해진다. 소위 ‘좋은 포수’가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8시즌 팀 평균자책점(ERA) 꼴지(10위·5.48)로 추락했던 NC 다이노스가 현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33)를 영입한 결과 2019시즌 팀 ERA 5위(4.01)로 도약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2020시즌 삼성 라이온즈도 지난해와 비교해 한결 탄탄해진 마운드로 주목 받고 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던 2016~2019시즌 팀 ERA는 5.34로 이 기간만 따지면 최하위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7일까지 4.28(2위)로 몰라보게 좋아졌다. 선발과 불펜의 편차도 적다.

여기에는 강민호, 김응민, 김민수, 김도환 등이 돌아가며 지킨 안방의 공도 작지 않다. 투수가 가진 최고의 공을 이끌어내는 리드뿐 아니라 마음 놓고 투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도 충실했다. 블로킹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Pass/9((폭투+포일)×9÷소화 이닝) 수치를 살펴보면 삼성 포수진의 공이 그대로 드러난다.

48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포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폭투만 16개로 Pass/9는 0.296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중 Pass/9가 0.300 미만인 팀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과 함께 단 하나의 포일도 기록하지 않은 팀은 KIA 타이거즈(444이닝 22폭투)뿐이다.

수치에 드러나진 않지만, 포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투구를 놓쳤을 때 투수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추가 진루나 실점을 허용한다면 더 그렇다. 예상치 못한 코스로 들어온 투구를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의 심리를 고려하면 잡을 수 있는 공을 확실히 잡아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주자가 없을 때도 빠지는 공을 잡으려 하는 이유를 묻자 한화 이글스 주전 포수 최재훈이 “투수들에게 어떤 공이든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답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개인 성적을 살펴봐도 그렇다. 강민호는 6월까지 타율 0.208(96타수 20안타)의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지만, 287이닝 동안 폭투 8개로 Pass/9는 0.251에 불과하다. 적어도 포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의미다. 그 덕에 7월 6경기에선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으로 공격력도 한층 살아났다. 현재 강민호의 백업 역할을 하고 있는 김민수는 40.2이닝 동안 폭투와 포일 모두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투수들이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무조건 포수의 리드를 믿고 던진다”는 삼성 투수들의 말은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