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포수리드, 김태형 감독이 말하는 ‘좋은 리드’의 기준

입력 2020-07-21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감독 김태형. 스포츠동아DB

포수를 평가할 때 반드시 따라붙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리드’다. 볼 배합과도 궤를 같이하는 이 키워드는 어느새 좋은 포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그러나 포수의 리드는 도루저지율, 폭투, 포일처럼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성공률을 따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만큼 평가 기준은 각기 다르다. 현역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33·NC 다이노스)조차 “리드에는 정답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포수의 리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역시 볼 배합이다. 2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투수의 장점을 살리는 사인을 내는 포수가 있는 반면 상황에 따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을 하는 포수도 존재한다.

그러나 둘 중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성공과 패배가 갈린다. 투수의 구종과 코스뿐 아니라 상대 타자의 데이터, 경기 당일 컨디션까지 고려해 성공률을 높일 수는 있으나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진 않는다.

일본국가대표 포수 출신 사토자키 도모야도 ‘주간 베이스볼’의 칼럼을 통해 “리드는 결과론이다. 팀이 이기면 좋은 리드가 되고, 패하면 그 반대”라며 “리드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포수도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팀의 패배를 지켜볼 때가 많다. 경기 결과에 따라 리드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고 밝혔다.

“좋은 리드란 무엇입니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53)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두산(전신 OB 시절 포함)의 안방을 지켰다. 이후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배터리코치를 맡아 포수 육성에 힘썼고, 2015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아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3회 우승)을 이끌었다. 양의지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지난해에도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른바 ‘포수 전문가’다.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김 감독은 먼저 “볼 배합만이 리드가 아니다”고 말했다. 포수 리드의 세계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말 그대로 ‘투수를 이끈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포수는 그라운드에 나선 9명의 야수 중 유일하게 나머지 8명을 마주보는 포지션이다. 그만큼 넓은 시야로 팀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요소도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벤치에서 수비시프트 사인이 나오면 그에 따른 볼 배합을 하는 것이다. 야수들의 수비위치와 팀의 전술에 따라 사인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좌타자가 들어섰을 때 우익수 방향으로 내야수들이 위치를 옮기면, 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는 것이 좋은 예다.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다 결대로 밀어 친 타구가 좌익수 방면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 철학이 확고하다. 주전포수 박세혁의 상황을 언급할 때도 그랬다. 2019시즌과 견줘 팀 평균자책점이 올라간 것을 두고 박세혁의 리드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박세혁의) 볼 배합이 문제가 아니다. 잘하고 있다”고 단언하면서도 “투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이 더 나와야 한다. 젊은 투수들을 더 연구하고 노력하면 그만큼 믿고 따른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