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4사구 피칭으로 2승’ 류현진, 승리보다 더 반가운 본궤도 진입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즌 첫 무4사구 피칭을 선보이며 승수를 쌓았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4안타 무4사구 3삼진 1실점의 호투로 팀의 7-2 승리를 이끌며 2승(1패)째를 따냈다.

2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이 반갑다. 류현진은 첫 2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돼 우려를 낳았지만, 최근 3경기에선 1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ERA) 1.06(2자책점)으로 쾌투했다. 시즌 ERA도 종전 4.05에서 3.46(26이닝 10자책점)으로 낮췄다. 투구를 거듭할수록 에이스다운 면모를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은 앞선 4경기에서 20이닝 동안 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당 4.05개였다. MLB닷컴이 이를 두고 “이상한 기록(Crazy Stats)”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이 1.2개(182.2이닝 24볼넷)로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가장 적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분명 이상 수치였다. 그러나 이날은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단 한 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는 안정감을 뽐냈다. 투구수 86개 중 스트라이크는 58개였다.

2사 2루 위기에 몰린 1회와 2안타를 맞고 실점한 4회를 제외하면 한 차례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승리투수 요건이 걸린 5회에는 선두타자 리오 루이스를 상대로 9구 승부를 펼치며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으나, 침착하게 1루수 땅볼로 요리해 한숨을 돌렸다. 곧이어 브라이언 할러데이를 초구 3루수 직선타로 처리했고, 앤드루 벨라스케스의 초구 번트 타구를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로 연결하며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날 위기에서 공격적 투구로 11구만에 이닝을 정리한 것이다. 류현진의 관록이 돋보인 대목이다.

6회 1사 1루서 안소니 산탄데르를 잡아낸 장면도 돋보였다. 앞선 두 타석에서 산탄데르에게 모두 안타를 내줬던 류현진은 5구째 투심패스트볼(투심)을 몸쪽에 꽂아넣으며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우타자의 몸쪽으로 꺾이는 커터가 아닌 바깥쪽으로 휘는 궤적을 그리는 투심을 ‘인사이드 피치’로 활용해 의표를 찌른 대목이 돋보였다.

1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방화로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던 불펜도 이날은 깔끔하게 나머지 3이닝을 책임졌다. 라파엘 돌리스~앤서니 배스(이상 1이닝 무실점)~제이콥 웨그스펙(1이닝 1실점)이 7~9회를 책임졌다. 타선에서도 캐번 비지오가 5타수 3안타 3타점, 랜달 그리척이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그리척은 1-0으로 앞선 3회 3점홈런을 터트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MLB닷컴 등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커맨드는 내가 원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며 “느낌이 좋았고, 원했던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밝혔다. MLB닷컴은 “패배가 늘어날 때 팀의 추락을 막는 것이 에이스의 역할이다. 류현진이 볼티모어를 상대로 그 역할을 해줬다”고 호평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