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소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경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운드에서 이를 이겨냈음을 보여줬기에 오히려 더욱 값진 해프닝이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ML) 첫 선발등판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등판해 3.2이닝 3안타 1홈런 1삼진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가며 승패 요건을 갖추진 못했지만, 팀의 3-1 승리에 주춧돌을 놓아 의미가 있었다.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개막전 세이브(1이닝 2실점 1자책점) 이후 24일만의 등판에서도 투구수 57개로 효율적 투구를 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김광현은 투구수 60개를 정해두고 등판했는데 이를 거의 채웠다”고 전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경기 초반만 해도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현은 1회말 1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긴 뒤 덕아웃으로 향하다가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로진백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올 시즌 M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로진백 사용을 규정화했다. 첫 선발등판인 데다, ML 환경이 낯설었기에 나온 장면이다.
아울러 2회말부터는 모자가 달라졌다. 김광현이 1회말 착용한 모자는 실전용이 아닌 훈련용이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1회말 종료 후 트레이너가 새 모자를 옆에 두고 갔다. 그때 잘못 썼다는 걸 알았다”며 “오랜만의 등판이라 조금 긴장했다”고 털어놓았다.
팀 전체가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놓이는 등 악조건이 가득했다. 야외훈련도 어려워 호텔방에서 섀도 피칭과 튜빙 훈련으로만 몸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KBO리그 에이스 출신다운 강심장을 충분히 증명했다. 작은 실수들을 덮기에 충분한 선발 데뷔전이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