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OVO
●희망=MVP 카일 러셀
그야말로 변신한 백조였다. 23일 국군체육부대와의 KOVO컵 첫 경기 때만해도 상대의 리시브를 견디지 못해 1세트 초반 물러나는 등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연습경기에서도 약점이던 리시브는 불안했다. 공격도 기대 이하여서 조기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에서 상상이상으로 반등했다. 조별리그 OK저축은행전에서 32득점 70%의 엄청난 공격성공률을 보여주더니 우리카드전에서는 팀 최다인 15득점과 12.5%의 리시브 효율로 적응 가능성을 보였다. 준결승 현대캐피탈과의 풀세트 경기 때는 25득점 62.86%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대한항공과의 결승전 3세트 막판에 기록한 3개의 서브에이스는 MVP를 확정한 결정타였다. 원래 레프트로 시작했지만 최근 3년간 라이트로 활동하는 바람에 아직 리시브가 불안하지만 “결승전에서 좋은 리듬이었고 훈련을 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의 장담처럼 시즌 때 더 큰 기대를 걸게 했다.
●운명=성공했던 FA영입 박철우
FA영입 시장에서 베테랑에게 21억 원을 투자했던 한국전력의 판단은 옳았다. 훈련 때 보여주던 성실한 자세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기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역량을 새삼 확인시켰다.
사흘 연속 14세트를 치르는 경기 일정에 34세의 베테랑은 힘들만도 했지만 2세트 도중 잠시 코트를 떠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후배들을 이끌었다. 5세트 절체절명의 순간에 꼭 필요했던 클러치 공격은 모두 박철우의 몫이었고 대부분 성공시켰다. 결승전 24득점 47.73%의 공격성공률보다 더 빛난 것은 5세트 18-18에서 대한항공 임동혁의 공격을 받아낸 뒤 백어택을 성공시킨 장면이었다. 한국전력에 우승을 안긴 가장 중요한 점수였다. 장인이 선수생활을 했던 팀에서 영입제의가 오자 고민도 했지만 삼성화재에서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뒤 “돌이켜보니 운명이었다”고 했다. 그 운명을 우승으로 바꿔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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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신분은 외국인선수 통역이었다. 경기에 뛸 센터가 모자라자 다시 선수로 신분을 바꿨다. 성공여부는 불확실했지만 안요한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2012~2013시즌 한국전력의 2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2시즌 동안 12경기만 뛴 채 유니폼을 벗었다. 부상 탓도 있었지만 한 시즌 먼저 입단한 서재덕, 1년 뒤 입단한 전광인의 그늘에 가렸다. 병역의무를 소화하는 동안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 지난해부터 다시 한국전력에서 가빈 슈미트를 도와 통역을 하던 중 장병철 감독으로부터 “다시 선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익숙했던 레프트 포지션이 아니라 선수가 모자라서 누군가 채워줘야 할 센터라는 생소한 자리였다. 서른의 나이에 6년 만의 현역복귀. 도박이었지만 감독의 제안을 받자마자 15kg을 감량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로 돌아온 그는 20세트를 뛰며 25득점 13블로킹 2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6년 전 기록했던 V리그 통산성적 11득점 2블로킹을 훌쩍 뛰어넘었다. 스포츠에서는 이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꿈같은 일들이 현실로 찾아올 때 사람들이 더욱 감동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