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흥국생명 김연경의 진정한 힘은 공격 아닌 수비

입력 2020-09-02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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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스포츠동아DB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가장 큰 화제는 흥국생명과 김연경(32)이 만들고 있다. 신증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와중에도 김연경이 11시즌 만에 V리그 복귀전을 치른 8월 30일 현대건설전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경기가 아니라 오로지 김연경만 취재하고 화면에 담으려는 보기 드문 광경까지 펼쳐졌다.

조별리그에서 흥국생명은 지난 대회 우승팀 현대건설을 1시간13분 만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IBK기업은행도 1시간20분 만에 3-0으로 눌렀다. 이전에도 탄탄했던 흥국생명의 전력은 김연경의 가세로 확실히 좋아졌다. 눈여겨볼 것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와 리시브였다.

현대건설전 2세트 18-12에서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 상대의 7차례 공격을 모두 걷어 올린 뒤 반격해서 득점한 장면은 김연경 효과를 확인시켜준다. 직전 소속팀 엑자시바시(터키)에서 왜 김연경에게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역할을 맡겼는지 이해됐다. 김연경은 높은 배구 IQ를 활용해 상대의 공격을 쉽게 예측해 움직였고, 가벼운 터치로 공을 살려냈다.

‘배구는 상대보다 먼저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면 이기는 경기’라는 배구만화 ‘하이큐’의 대사 그대로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 덕분에 블로킹 벽도 높아져서 상대의 공격 루트가 좁아지고, 뒤에서 수비도 잘해줘서 팀이 더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현역시절 박미희 감독 역시 센터이면서도 수비를 가장 잘하는 배구 IQ가 높은 선수로 유명했다.

IBK기업은행전에선 또 다른 김연경 효과가 보였다. 세터 이다영은 1m 이상을 움직이지 않고 거의 제 자리에서 편하게 공을 받았다. 레프트 김연경 이재영, 리베로 도수빈의 리시브가 완벽했다. 김연경과 이재영은 나란히 42.86%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고, 도수빈은 무려 72.73%를 찍었다. 경기 전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이 “서브를 강하게 때리라”고 특별히 주문한 가운데 나온 수치다.

강한 서브 공략이 실패한 IBK기업은행은 3세트 더 강하게 서브를 넣다가 무려 7개의 서브 범실로 무너졌다. 이날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은 50%로 IBK기업은행의 28.17%와 차이가 컸다. 특히 그 전까지 김해란의 그늘에 가렸던 5년차 도수빈의 발견은 KOVO컵이 흥국생명에 안긴 선물이다.

안정된 리시브 덕분에 이다영은 편한 셋업 자세에서 공을 연결했다. 좌우로 뛰어다니면서 힘들게 공을 올렸던 네트 반대편 조송화와 비교가 됐다. 박 감독은 그래서인지 이다영에게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공격수가 때리기 편하게만 올리라”고 주문했다. 리시브와 수비는 배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공사인데, 이것이 튼튼하기에 흥국생명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흥국생명이 그래서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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