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전에서 김광현이 보여준 피칭의 정석 2가지

입력 2020-09-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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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발투수에게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부담스러운 1회 등판 전에 팀 타선이 6점이나 뽑아줬다.
2회에도 2점을 추가해준 덕분에 2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벌어진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어느 때보다 편하게 공을 던졌다.

5이닝 3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결과도 만족스럽지만, 눈여겨볼 것은 피칭 내용이다. 피칭의 교본대로 던졌다. 꿈나무들도 보고 배워두면 좋을 피칭의 정석은 2가지였다.

먼저 김광현의 피칭은 템포가 빨랐다. 잡자마자 던지는 듯했다.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사인을 받을 때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인 교환 뒤에는 주저 없이 피칭에 들어갔다. 자신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포수의 리드를 믿었다.

KBO리그 때도 김광현의 피칭 템포는 빨랐고, 포수의 사인을 존중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베테랑 포수 박경완에게 했던 90도 인사는 완벽한 하모니의 배터리가 보여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투수가 포수를 무한 신뢰하고, 던지는 공에 확신을 가지면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공을 믿어야 한다”고 감독들은 말하지만, 이것이 쉽지만은 않다. 자신과 동료를 믿지 않으면 마운드 위에 고독하게 서있는 투수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김광현의 피칭 템포가 빠르다보니 세인트루이스 야수들의 호수비도 유난히 많이 나온다. 모든 공에 집중해야 하는 야수들에게 군더더기 없는 피칭을 하는 투수는 축복이다. 상대 타자들에게 공격 목표와 전략을 세울 시간을 주지 않는 빠른 템포의 피칭 덕분에 카디널스 야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선순환이 이뤄졌다. 수비시간은 짧고 공격시간은 길어야 유리하다.

좋은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 유리한 위치에서 타자와 대결한다. 피칭은 카운트 싸움이고, 타자에게 이기려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김광현은 그 정석대로 했다.

김광현은 5이닝 동안 18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9개 던졌다. 1회 닉 카스테야노스는 초구를 건드려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것은 단 한 번, 3회 조이 보토에게 먼저 볼 2개를 내준 것이었다. 그 외는 모두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절묘한 코너워크다. 김광현의 공은 대부분 보더라인에 걸쳤다. 방송사 화면에 나타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 좌우상하의 선에 걸쳤던 공은 맞아도 멀리 가지 않았다. 피칭은 스피드 대결이 아니라 컨트롤과 타이밍의 싸움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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