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 박찬호(48)가 2021시즌부터 메이저리그(ML)에서 뛰게 될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다짐했다.
박찬호는 24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의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내 이야기를 들려줄 것(Until he is bleeding in the ears about my story)”이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1994년 빅리그에 첫발을 내디뎠고, 2010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와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거쳐 476경기에 등판해 124승을 거뒀다. 2005년 중반부터 2006년까지 샌디에이고에 몸담은 바 있다.
박찬호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스프링캠프 첫날을 떠올렸다. ‘샌디에이고 트리뷴’에 따르면,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그는 첫 훈련을 마치고 샤워장에서 비누칠을 한 뒤 옆에 있던 동료의 등을 밀어주려 했다. 한국에선 동료들끼리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이 일상적이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문화는 달랐다. 박찬호는 이를 떠올리며 “김하성에게 샤워할 때 동료의 등을 밀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미국인들은 과거보다 아시아 문화를 잘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샤워장을 언급한 것은 야구 기술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적응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하성도 같은 날 화상 인터뷰를 통해 “샌디에이고 선수들과 코치진, 프런트가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어 편안함을 느낀다”며 많은 조언을 해주는 박찬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찬호는 “김하성이 빨리 적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며 ”경기장 안에선 혼자 할 수 있지만, 밖에선 가족처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입단 첫해부터 빅리그에 진입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그해 2경기에만 등판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고된 시간을 보냈다. 3년째인 1996년 두각을 나타냈고, 베테랑 톰 캔디오티와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한 1997년 14승8패, 평균자책점 3.38의 성적을 거두며 본궤도에 올라섰다. 당시 박찬호의 어머니가 LA에서 함께 지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찬호는 김하성의 적응 문제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특히 김하성의 당찬 성격이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계약 직후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샌디에이고는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내 목표는 내셔널리그(NL) 신인왕에 오르는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박찬호도 “김하성은 무척 좋은 사람이고, 자신감에 차 있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