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전창진 감독. 스포츠동아DB
KCC는 30일 2위 팀인 울산 현대모비스가 원주 DB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72-80으로 패하면서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KCC(34승16패)와 현대모비스(31승20패)의 승차는 3경기 반이다. KCC가 남은 4경기를 모두 패하고 현대모비스가 잔여 3경기를 모두 승리할 경우, 나란히 34승20패가 되지만 상대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서는 KCC가 1위에 오른다.
전 감독에게는 이번 정규리그 우승이 큰 의미가 있다. 그는 2015년 KGC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불법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그 해 8월 자리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9년 6월 무죄판결을 받아 2019~2020시즌 KCC 감독에 부임한지 2시즌 만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전 감독이 맡은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0~2011시즌 부산 KT 이후 10년 만이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세월동안 농구의 흐름도 많이 바뀌었다. 10년 전에는 수비와 센터 중심의 농구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공격과 3점슛, 가드 중심의 농구가 대세다. KBL도 점차 세계농구의 흐름을 따라는 추세였다.
이 가운데에서도 전 감독은 과거와 변함없이 센터 중심의 확률 농구, 수비와 리바운드를 강조하는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유지했다. 그는 “농구가 정말 많이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수비와 리바운드, 센터 중심의 농구가 결국 정상에 오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드스쿨’인 전 감독의 철학은 통했다. KCC는 31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 이전까지 50경기에서 평균 76.6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실점이다. 실점 2위인 고양 오리온(평균78.3점)보다 2.3점이나 낮다. 리바운드도 평균 37.8개로 1위다.
3점슛의 중요성이 높아진 와중에도 KCC는 평균 3점슛 시도(평균21.9개)와 성공개수(평균7.5)에서 10개 팀 중 9위에 머물렀지만, 전 감독의 철학인 수비, 리바운드를 강조하는 농구로 순위 표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새겼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올드한 감독을 만나 고생했다”며 껄껄 웃었다.
전 감독에게는 1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이었지만, 담담했다. 그의 시선은 플레이오프를 향해있다. 전 감독은 “통합우승이라는 목표에 이제 절반 왔을 뿐이다. 준비를 잘해서 플레이오프에서도 우승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