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18개월 만에 고향으로 가는 다우디

입력 2021-04-01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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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오래 머무를 줄은 다우디도 현대캐피탈도 생각조차 못했다.



2년 전 대체 외국인선수로 대한민국 땅을 밟았던 다우디 오켈로가 마침내 2일 밤 11시40분 비행기를 타고 고국 우간다로 돌아간다. 터키를 경유하는 항공편이다. 출국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모두 밟았다. 이제 마음 편하게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다우디는 2019년 11월 요스바니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국했다. 지난해 3월 23일 조기 중단됐던 2019~2020시즌을 끝마쳤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 바람에 무려 18개간 2시즌 동안 낯설고 물 설은 타향 땅에서 지내야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간다로 돌아갈 길이 막히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시즌을 마치고 고향에서 예정됐던 여자 친구와의 결혼식도 취소됐다. 2020년 1월 15일 현대캐피탈은 다우디를 위해 천안 유관순경기장에서 공개 청혼하는 이벤트도 만들어줬다. 우리카드와의 경기 뒤 다우디는 산드라 란지리 씨에게 청혼해 결혼 허락을 받았다. 현대캐피탈 선수들과 관중들은 이 모습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여자 친구는 먼저 한국을 떠나면서 조만간 만나자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우간다의 국경이 폐쇄되면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

향수병이 걸려도 여러 번 걸렸을 다우디는 힘든 상황을 잘 참아냈다. 좋은 인성의 선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끝까지 성실했다. 2020~2021시즌 팀의 최종전인 삼성화재와의 클래식매치 때도 출전했다. 3세트를 모두 뛰면서 21득점 59%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미 봄 배구 진출이 물 건너간 팀이었다. 어지간한 외국인선수라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우길 수도 있었지만 다우디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서야 동료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작별인사를 했다. 구단 관계자는 “역대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 가운데 대니와 함께 가장 착한 심성의 선수였다”면서 감사했다.



다음 시즌도 V리그에서 뛰겠다는 생각의 다우디는 트라이아웃 신청서도 이미 작성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일단 미뤘던 결혼식을 올린다. 6월로 예정됐다. 결혼식장도 잡아뒀다. 국경이 막히는 바람에 우간다에서 애를 태우던 여자 친구는 지난해 12월 조용히 한국에 왔다. 2주간의 힘든 자가 격리를 마치고 다우디와 회포를 풀었다. 구단은 두 사람을 위해 멋진 곳에서 외식을 시켜주려고 했지만 다우디는 “집에서만 있고 싶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자칫 자신으로 인해 팀과 V리그에 영향을 줄까봐 모든 것을 조심하면서 ‘집 콕’ 생활만 했다.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돼 원하는 때에 우간다로 돌아가지 못할 것도 염려했을 것이다.

하여튼 누구보다 성실했고 그래서 더 사랑받았던 다우디가 다시 한국에 올지는 아직 모른다.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다른 구단들도 그의 검증된 실력과 성실성을 모두 알고 있다. 만일 다시 온다면 유부남으로 아내 산드라와 함께 올 전망이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사회공학을 전공한 예비 아내는 현재 우간다에서 도시와 공장 등 사회 간접자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전문직으로 일한다. 그래서 다우디와 함께 한국에 오더라도 오래 지낼 형편은 아니다. 다시 기러기 부부가 되어야 한다.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힘든 시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다우디가 편안하게 귀향하기를 바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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