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구·이 구속·이 패턴…오늘 류현진은 악마였다

입력 2021-04-14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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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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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처럼 다양한 레퍼토리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강점이다.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구석구석 찌르는 제구도 리그 정상급이다. 여기에 구속까지 올 시즌 가장 빨랐다. 제구, 구속, 패턴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시즌 첫 승은 가장 완벽한 투구를 펼친 날, 기분 좋게 찾아왔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2이닝 4안타 1볼넷 7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쾌투했다. 팀은 7-3으로 이겼고, 류현진은 3번째 등판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벤치에서도 어떤 공을 던질지 몰랐다. 몸쪽 슬라이더, 바깥쪽 체인지업 등 자신의 모든 공으로 타자들을 현혹했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의 팔색조 투구야 애초부터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컨디션이 좋아 직구의 구속까지 붙는 날에는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다. 타자 입장에선 노림수를 잡기조차 어려운 투수로 탈바꿈하는데, 이날 양키스전의 모습이 꼭 그랬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컷패스트볼(33개·35%)과 포심패스트볼(26개·27%), 체인지업(22개·23%), 커브(14개·15%)를 두루 던졌다. 포심의 최고 구속은 92.4마일(약 149㎞)까지 찍혔는데, 올 시즌 가장 빨랐다. 앞선 2경기에서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2일 양키스전의 91.7마일(약 147㎞)인데, 2㎞ 가까이 더 빨라졌다. 기본적으로 몸 상태가 좋았음을 알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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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구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체인지업 구사율도 시즌 평균(35%)보다 훌쩍 떨어졌다. 그러나 특정 구종에 의존하지 않았다. 가장 적게 던진 커브의 구사율이 15%에 달했으니, 타자들은 오프 스피드 피치 역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우타자 바깥쪽에서 시작된 커브는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정확히 찔러 심판의 콜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따지면 이렇게 4개 구종으로 상대를 요리한 것 같지만, 뜯어보면 더욱 변화무쌍했다. 류현진의 이날 체인지업 구속은 최고 82.2마일(약 132㎞), 최저 76.2마일(약 123km)이었다. 단순히 투구를 거듭할수록 지쳐서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같은 구종임에도 10㎞ 가까이 차이가 나면 타자 입장에서는 다른 궤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실이 알려졌다. 류현진은 “이상하리만큼 멀쩡히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날 양키스 타자들의 눈에 류현진은 그 어떤 백신으로도 처리할 수 없는 악마처럼 느껴졌을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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