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 3루 주루코치의 숙명

입력 2021-04-22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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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종범 코치-두산 공필성 코치-삼성 최태원 코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스포츠에서 응원하는 팀이 패할 경우 팬들이 비난하는 대상 1순위는 사령탑이다. 선수 운용은 물론 작전과 대타, 투수교체 타이밍 등 모든 것이 표적이 된다. 공인받지 않은 여러 명의 ‘자칭 감독’들이 훈수를 두기에 바쁘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들은 부담이 천근만근이다.

특히 3루 주루코치는 매 경기 엄청난 부담과 싸워야 한다. 코치들 중 한 경기에서 공과가 가장 극명하게 나뉘는 인물이다. 단순히 3루에 도착한 주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게 전부가 아니다. 단적인 예가 주자 2루 상황에서 안타가 나왔을 때다. 열심히 팔을 돌리면 홈으로 쇄도하라는 사인이다. 쉽지 않다고 판단하면 두 팔을 들고 필사적으로 멈춰 세운다.

주자의 주루능력과 상대 외야수의 송구능력을 모두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리지만, 언제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외야수의 어깨가 약하더라도 커트맨의 정확한 송구로 주자가 횡사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찰나의 선택이 승패와 직결되는 터라, 결과론으로 포장하기도 어렵다. 마치 축구의 골키퍼처럼, 실수를 저지르면 크게 티가 나기에 매 순간이 실전이다. 시즌 도중 3루 주루코치를 교체하는 데는 대부분 ‘부담’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LG 트윈스가 21일 이종범 3루 주루코치의 보직을 2군 타격코치로 변경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종범 코치가 3루 코치를 부담스러워하더라.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고, 차명석 단장님과 면담 끝에 자신의 전문 분야인 타격 쪽에서 2군을 육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 또한 과거 3루 주루코치 경험이 있기에 이 코치의 부담을 충분히 이해했다. 베테랑 지도자인 공필성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도 주루코치 시절인 2018년 “주루코치는 주자를 많이 죽여봐야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타이밍을 파악하게 되고, 센스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루코치 출신 지도자는 “주루코치를 경험하면 시야가 넓어져 2년은 빨리 성장할 수 있다”면서도 “관제탑의 관제사 같은 역할이고, 그라운드에선 감독의 아바타가 돼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 나도 주루코치 시절 맥주 한 잔도 입에 대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삼성 라이온즈 최태원 수석코치는 3루 주루코치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 LG, KT 위즈, 삼성의 5개 팀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파트에서 코치 경험을 했던 그는 주루코치의 난이도를 최상으로 꼽으며 “승패와 직결되는 위치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고,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는 말로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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