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반쪽배구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입력 2021-06-06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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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FIVB

한국 여자배구가 지난 2일 벨기에와의 2021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3으로 패했다. 3주차 경기를 앞둔 6일 현재 6경기에서 1승5패, 승점4, 세트득실률 0.375, 점수득실률 0.899다. 2주차 전패 포함 최근 4연패로 16개 참가팀 가운데 14위다. 주전선수와 감독을 빼고 2진으로만 출전한 이탈리아(승점2)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팀이 급조된 태국(승점0)만이 승리 없이 우리보다 아래에 있다.

개인기록을 보면 현재 우리 대표팀이 처한 상황이 잘 드러난다.
득점에서 이소영이 19위(63득점), 블로킹은 양효진이 18위(10개)로 유일하게 20위권 안에 있다. 서브는 20위권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세트는 안혜진이 17위(39세트), 염혜선이 19위(33세트)다. 디그는 오지영이 68개로 8위, 이소영이 51개로 19위다. 리시브는 5위 이소영(54개), 17위 오지영(42개), 20위 김연경(40개)이 있다. 요약하면 2주차까지는 레프트 이소영이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했고 서브와 블로킹에서는 많은 보완점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FIVB


대표팀의 VNL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좌우 공격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우리 여자배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레프트에만 쏠리는 공격에 비해 센터와 라이트에서의 득점 비중이 너무 적다. 이러다보니 상대팀에서는 강한 서브를 김연경에게 넣어 발을 묶은 뒤 전위 레프트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가뜩이나 센터의 공격비중이 많지 않다보니 리시브가 흔들리면 속공은 없다고 판단하고 편하게 2명의 상대팀 블로커가 덤벼든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 연속실점이 많다. 2단 연결 때 큰 공격으로 위기를 넘겨줄 대포가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해결방법은 라이트에서의 백어택이나 모든 공격수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싱크로공격, 센터의 중앙오픈과 이동공격이다. 일본은 라이트가 없는 대신 3명의 윙 공격수가 약속된 빠른 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유럽은 선수의 개인 기량과 높은 타점을 이용한다. 주로 라이트에서 주 공격수가 이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 대표팀은 주 공격수역할을 해줘야 할 전문 라이트가 없다. 박정아와 정지윤이 뛰고 있지만 소속팀 도로공사에서 박정아의 역할은 레프트다. 정지윤은 현대건설에서 주로 센터다. 그 이전에 김희진도 대표팀에서는 라이트지만 IBK기업은행에서는 센터다. 김희진의 역할을 놓고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필요가 다르다보니 IBK기업은행은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고 감독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팀에게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요즘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팬이라는 이유로 우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구단은 이런 주장을 무시할 정도의 전문성과 배짱이 없다.

사진출처 | FIVB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황연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이후 한국여자배구에서 정통 라이트는 사라졌다. V리그의 모든 팀들이 외국인선수에게 그 자리를 내준 결과, 유망주가 라이트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도 사라졌다. 이런 왜곡된 현상이 지속되자 점점 반쪽배구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배구계 모두가 나서서 이를 끝낼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각자의 이해관계가 읽혀 있어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비슷하다. 일본은 그 해법을 찾아서 노력하고 길도 보이지만 우리는 애꿎은 대표선수들만 욕을 먹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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