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뽑을 수 없는 선수부터 돼야” KT 에이스, 목표와 가까워졌다

입력 2021-06-11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배제성. 스포츠동아DB

2019년 이후 5이닝 이상 투구횟수 토종 4위
타점 높고 생소한 투구폼·구속도 150㎞ 회복
“안 뽑을 수 없는 선수 돼야” 목표가 보인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인가요. ‘배제성은 안 뽑을 수 없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선수가 되는 게 먼저죠.”

태극마크는 프로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기회가 아른거리는 선수들은 어떻게는 ‘셀프 홍보’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배제성(25·KT 위즈)은 스스로는 물론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선수가 되는 걸 먼저 얘기했다. 그리고 지금, 배제성은 그 목표와 가까워졌다.

배제성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ERA) 3.77을 기록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볼넷 비율이 줄며 점차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5월 한 달간 5경기서 3승1패, ERA 1.86으로 월간 최우수선수(MVP)급 퍼포먼스를 펼쳤다. 6월 첫 등판이었던 2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5.1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지만, 9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QS)로 다시 흐름을 잡았다.

선발투수의 최대 덕목은 안정된 이닝 소화다. 기복이 큰 선수보다 어떻게든 5이닝 이상씩 버티면서 최소한의 게임을 만들어주는 선수가 반가운 이유다. 배제성이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꾼 2019년부터 58경기에 선발등판했는데 이 중 48경기(82.8%)에서 5이닝 이상을 버텼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선발로 5이닝 이상 경기수 최다 11위다. 토종으로 범위를 좁히면 4위다. 배제성 위엔 박종훈(SSG 랜더스·54경기),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53경기), 문승원(SSG·50경기)뿐이다. 리그에서 한 손에 꼽힐 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자연히 2020도쿄 올림픽 엔트리 발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배제성보다 더 많이 5이닝을 소화한 이들은 모두 올림픽 출장이 어렵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 있으며 박종훈과 문승원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안정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배제성이 지금 리그 가용 인원 중 가장 뛰어난 셈이다. 독특한 킥 동작,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150㎞의 속구까지 갖췄기에 경쟁력은 충분하다.

최근 젊은 선수들의 ‘올림픽 셀프 홍보’ 열풍에 합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지만, 정작 배제성은 손사래를 친다. 배제성은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모두가 ‘배제성은 안 뽑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만큼 좋은 투수가 되는 게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태극마크라는 평생의 목표가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모든 것을 불사를 각오가 돼있지만, 언제나 스스로의 완성도를 더 높여 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문장들이다.

욕심을 드러내기보단 언제나 눈앞의 한 경기에만 최선을 다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며 자신의 목표와 가까워졌다.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배제성의 가치가 높은 진짜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