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탈락도 시원찮은데 태극마크 자진 반납? NC 박민우가 잃은 것들

입력 2021-07-14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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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민우. 스포츠동아DB

징계 대상으로 회부될 대상에게 태극마크라는 인생 최고의 영광은 적합하지 않다. 시간과 절차에 따라 불명예 탈락 절차를 밟아야 맞는데,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자진 반납’이라는 타이틀은 박민우(28·NC 다이노스)에게 과하다.

NC는 14일 코로나19 확진 경로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민우는 잠실 원정 당시 숙소에서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등 선배들과 함께 외부인 2명을 만났다. 명백한 방역 지침 위반이다. 사과문은 이들 중 최고참인 박석민이 대표 명의로 냈다. 박석민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엄정한 시국에 따로 모인 부분은 어떤 변명으로도 부족하다. 경솔했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공은 KBO에 넘어갔다. 강남구청에서 역학조사 과정 동선 허위진술을 이유로 경찰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 절차가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리그 중단에 대한 책임이 있기에 엄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14일 NC의 사과문 발표 직후 “상벌위원회 개최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NC는 한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박민우의 2020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자진 반납’이다. NC는 “박민우는 이번 상황에 대한 책임과 현재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올림픽 국가대표팀 자격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촌극이다. 대표팀 소집은 17일. 이 전에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온다는 장담은 없지만, 이와 별개로 방역지침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팀 제외가 타당한 결과였다. 하지만 박민우가 선수를 친 꼴이 됐다. KBO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표팀 명단은 김경문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상의해 결정한다. 이에 대한 회의 역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선수 4인 중 코로나19 확진을 피한 이는 박민우뿐이다. 박민우와 다른 3인의 가장 큰 차이는 백신 접종 여부다. 박민우는 2020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예비 엔트리 포함 인원 전원은 5월,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에 걸쳐 접종을 완료했다. KBO가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공수한 백신. 접종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두 차례나 경기를 미루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덕분에 확진을 피했으나, 스스로 그 자격에 먹칠을 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개인의 명예는 물론 실리까지 잃게 만들었다. 박민우는 잔여시즌 등록일수를 채우고,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대표팀 마일리지 혜택을 받아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 수 없고, 징계 결과에 따라 잔여시즌 등록도 장담하지 못한다. 물론 지금 박민우에게는 이러한 고민조차 사치일 것이다.

명예와 실리, 모두를 잃었다. 박민우는 물론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마찬가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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