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라진 김민재의 올림픽 꿈, 축구협회에 차출 매뉴얼·시스템이 있나?

입력 2021-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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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스포츠동아DB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축구대표팀은 격전지 도쿄에 입성해 대회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와 평가전(1-2 패)을 치른 다음날 출국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비롯한 오랜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하지만 100% 완성된 전력이 아니다.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자격으로 최종엔트리에 발탁했던 중앙수비수 김민재(25·베이징 궈안)의 하차가 프랑스전 직전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베이징 구단의 요청으로 김민재가 소집 해제됐다”며 박지수(27·김천 상무)의 대체 발탁을 알렸다. 김 감독에게는 몹시도 안타까운 소식이다. 제공권과 힘, 수비 리딩, 스피드를 두루 갖춘 김민재는 명확한 플랜A였다. 김지수의 실력도 나쁘지 않지만, 그간의 훈련에 불참한 터라 처음부터 손발을 다시 맞춰야 한다.


KFA의 올림픽 준비 매뉴얼을 짚어봐야 한다. 김민재의 차출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몽규 회장은 2차례 베이징 고위층과 연락을 나눴다. 단, 그 이상 교감은 없었다. 아무런 조율 없이 KFA는 김 감독이 올림픽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차출 공문을 보냈다. 베이징이 아주 황당해 했다는 후문이다.


KFA는 ‘선수 의지’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다. 선수가 직접 구단을 설득해주길 바라는 인상이 다분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경우 여러 이유로 구단과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라 베이징을 설득할 여지는 애초부터 희박했다. 협회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추가 조치는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KFA에는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을 위한 명확한 선수 차출 시스템이나 기준이 없다. 독일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예비 엔트리(50명)를 제출하기에 앞서 100명의 리스트를 정리한 뒤 하나하나 클럽을 설득하고 선수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A가 안 되면 B, 다시 C로 이어지는 순차적 접근이었다.


항상 ‘대승적 차원’이란 뜻에 따라 마지못해 해당 연령대 선수들을 보내주는 K리그 구단들과 달리 해외 클럽들은 올림픽 축구에 냉정하다. 선수가 구단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협회 차원의 노력인데,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일본올림픽대표팀의 22명 엔트리 중 10명이 유럽리거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지역도 다양하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자국 대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오직 선수 의지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협이 한창일 때도 담당자가 직접 유럽 현지를 찾았고, 전방위적으로 설득했다.


일본이라고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을 뛰어넘는 해외파 차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올림픽 차출을 위한 현지 방문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FA 집행부가 반드시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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