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양궁연맹 SNS, 인종차별 논란…“혹시 1932년인가?”

입력 2021-07-29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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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세계양궁연맹

수백, 수천 개의 글씨체가 있지만 굳이 논란이 될 만한 글꼴을 고수했다. 서양 선수들을 소개할 때와 달리 동양인에 대한 차별성을 지적받아온 글씨체를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논란의 이유는 충분하다.

로이터통신은 29일(한국시간) 세계양궁연맹의 소셜미디어(SNS)를 지적했다. 세계양궁연맹은 27일 SNS에 한국남녀양궁대표팀 소개 영상을 게재했다. 이들의 개인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문제는 영상에 쓰인 글꼴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글꼴은 ‘chop suey(잡채)’ 폰트로, 중국 서예 필적을 본뜬 것이다. 다른 국가 선수들을 소개할 때는 이 글씨체를 쓰지 않았다.

해당 글씨체는 서양의 중식당에서 메뉴판 등에 종종 사용되고 있으나, 인종차별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표현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글꼴은 미국에서 중국계 미국인 등을 배척하는 인종차별적 포스터 등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올해 초 해당 글꼴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는데, “백인 정치인들은 한 세기 넘게 외국인 혐오증을 조장하기 위해 이 글꼴을 써왔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세계양궁연맹은 “양궁에서 활약 중인 한국선수를 소개하기 위해 이 글꼴을 쓰는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 댓글 등 피드백을 살펴보면 네티즌의 온도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한 네티즌은 “당신 조직의 시점이 언제인지 궁금하다. 혹시 1932년인가?”라고 비꼬았으며, 한 네티즌은 “올림픽 브랜드 관련 글꼴은 ‘헬베티카(helvetica)’로 규정돼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의도를 떠나 당사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불편할 여지가 있다면 애초에 가능성을 차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다. 우리 시대는 차별, 편견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2020도쿄올림픽에선 이런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탁구 정영식을 두고 “저 작은 눈으로 공이 오가는 걸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고 망언을 한 그리스의 디모스테니스 카르모이리스 해설위원이 대표적이다. 29일에는 독일사이클대표팀 패트릭 모스터 코치가 알제리선수를 가리켜 “저 낙타 운전사를 잡아”라고 외친 데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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