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여서정’한 여서정이 올림픽을 접수했다!

입력 2021-08-01 1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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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체조의 간판 여서정(19·수원시청)이 올림픽까지 접수했다.

여서정은 1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개인 종목별 결선 도마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여자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1차시기 15.333점, 2차시기 14.133점으로 최종 14.733점을 마크했다.

여서정은 25년 전인 1996애틀랜타올림픽 이 종목 남자부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의 뒤를 이어 ‘부녀 메달’에 도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본인의 연습 영상을 면밀히 살펴보며 연구하던 그의 표정에선 진지함이 느껴졌다. 평소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 대신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여서정의 1차시기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여서정’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양손으로 도마를 짚고 2바퀴 반(900도)을 비트는 ‘여2’보다 반 바퀴를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이다. 이 기술의 난도는 6.2. 결선에 나선 8명 중 가장 높았다. 흔들림 없는 착지까지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점수도 무려 15.333점을 받았다.

2차시기는 착지가 아쉬웠다. 5.4난도의 연기를 펼친 뒤 착지 동작에서 뒤로 밀렸다. 여서정 이후 3명의 선수가 연기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메달 안정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샬론 올슨(캐나다·14.550점)과 안젤리나 멜니코바(14.683점)가 여서정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기대를 키웠고, 마지막 주자로 나선 릴리아 아카이모바(이상 러시아올림픽위원회)도 14.666점에 그치면서 여서정의 동메달이 최종 확정됐다. 아카이모바의 점수를 확인한 여서정은 이정식 대표팀 감독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차시기에서 ‘여서정’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했기에 메달도 가능했다.

여서정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여자체조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부터 여서정은 “도쿄올림픽”을 외쳤다. 그리고 3년 뒤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내가 하고 있는 기술을 성공하고 싶다”던 목표를 이루며 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시상대에 오른 여서정은 경기 전 잔뜩 긴장한 얼굴 대신 특유의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편 남자 마루운동 결선에 나선 류성현(19·한체대)과 김한솔(26·서울시청)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류성현은 결선에 출전한 8명 중 난도점수가 가장 높았으나(7점), 착지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최종 14.233점으로 4위에 올랐다. 류성현은 “이번 올림픽이 내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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