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하나 남은’ 목표를 향한 배구여제 김연경의 무한질주

입력 2021-08-03 1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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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33·상하이)는 이미 배구선수로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못 하는 게 없다 보니 세계적으로 기량을 인정받은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아직 올림픽 메달이라는 고지를 정복하지 못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연경은 그해 팀을 준결승에 올려놓았지만, 아쉽게 메달에는 닿지 못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8강에서 좌절했다.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김연경은 구체적인 목표를 언급하는 대신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1차 과제를 제시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경기 당일의 컨디션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에 어떤 팀과 맞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도 강호 이탈리아를 세트스코어 3-1로 꺾은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는 세계랭킹 4위였고, 안토넬라 델 코어, 엘레오노라 로비앙코, 프란체스카 피치니니, 시모나 지올리, 루시아 보세티 등이 완벽한 신구조화를 자랑하던 팀이었다.

일단 그 목표는 이뤘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반드시 잡아야 했던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모두 꺾고 A조 3위로 8강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조별리그 5경기(승점 7·3승2패)에서 게임당 평균 17.4점(총 87점)을 따내며 공격을 이끌었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여제의 품격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특히 7월 31일 일본전에선 30점을 몰아치며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한일전 승리로 8강행을 확정했기에 감동은 두 배였다.



한일전 승리 직후 김연경에게 토너먼트 진출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일정에서 3경기를 다 이겨서 좋다”며 “더 준비를 잘해서 기적을 일으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전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8강전 상대는 터키다. 4일 오전 9시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김연경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다. 그는 상하이에서 뛰었던 2017~2018시즌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터키리그에서 뛰었다. 2011~2017시즌 페네르바체, 2018~2020시즌 엑자시바시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이번 대회 터키대표팀 주전 세터 나즈 아이데미르와 미들블로커 에다 에르뎀은 김연경과 페네르바체 시절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인물이다. 그만큼 서로를 많이 알고있다. 김연경도 나즈의 토스 패턴과 에다의 블로킹 타이밍을 읽고 있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이와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터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터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대표팀은 과거와 비교해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또 한 번 8강 진출에 성공하며 기적을 일으킬 기회를 얻었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다. ‘여제’의 도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번 지켜보자.

도쿄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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