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에 위치한 한화 이글스 팝업 스토어. 대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은 대전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원도심이다. 일제시대 철도공무원들이 사용하던 관사가 남아 있는 곳으로, 지금은 이 관사를 비롯한 구옥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와 음식점 등으로 탈바꿈 했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나는 이 소제동은 최근 대전의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대전시의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옛 공간과 SNS 문화가 만나 묘한 멋스러움을 내고 있다. 이전 소제동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던 ‘MZ세대’의 발길도 집중되는 추세다.
이런 소제동의 변화에 같이 앞장 선 스포츠 구단이 있어 지역 상생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바로 대전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원도심 활성화 및 지역 상생을 위해 도시재생기업 주)관사마을과 협업해 소제동에 ‘독수리’ 브랜드를 런칭했다. 빙그레 시절부터의 구단 유산을 담아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를,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는 간접적으로나마 야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물했다.
소제동 한화 이글스 팝업 스토어에 전시된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대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소제동에 있는 독수리 팝업스토어는 MZ세대에겐 이미 SNS 명소로 꼽힌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포함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야구 배트와 야구공 등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
17일에 방문한 팝업스토어는 평일 이른 오후인데도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이들 중 상당수는 야구를 잘 모르는데도, 이 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굿즈 구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박영주(23)씨는 “소제동을 구경하러 왔는데, 이 곳 관련 SNS에 계속 ‘독수리’ 해시태그가 떠서 무엇인지 궁금했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대전에 한화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우승 트로피와 야구 장비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소제동 한화 이글스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는 구단 굿즈. 대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팬 층을 다양하게 만들고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건 프로야구 산업의 오랜 과제다. 레트로 감성을 토대로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소제동과, 그 속의 독수리 브랜드는 이 과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야구장 방문 및 야구 관람만이 팬 층이 넓어지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란 것이다. 소제동 독수리 브랜드 같이 SNS를 통해 새로운 팬들에게 야구를 간접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도 일종의 확장이다. 야구와 프로구단의 스토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하는 것부터 팬 층의 다양화는 시작된다.
이달 30일까지만 운영되는 독수리 팝업스토어는 한시적인 운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SNS상에서 상당히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프로야구단이 지역 상생과 함께 MZ세대를 향해 다가간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도전적인 시도가 성과까지 만들어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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