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는 외국인투수 에릭 요키시(32)다. KBO리그 데뷔 첫해인 2019시즌부터 꾸준한 활약을 뽐내며 팀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년 연속(2019~2021년) 두 자릿수 승리와 2.60의 통산 평균자책점(ERA)만으로도 그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요키시의 안정감은 탁월한 땅볼유도 능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올 시즌 땅볼(175)/뜬공(67) 비율(GO/FO)은 2.61로 규정이닝을 채운 KBO리그 투수들 중 가장 높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뜬공보다 땅볼이 많았다는 의미다. 2019년(1.75)과 2020년(1.70)에도 GO/FO가 2번째로 높았는데, 올해는 더 좋은 수치다. 장타와 대량실점의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땅볼 유도는 병살타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병살타는 적은 투구수로 단숨에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수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땅볼 유도형 투수들에게 병살타의 기회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수비의 도움과 별개로 정확한 코스에 투구해 야수들이 서 있는 위치로 타구가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능력도 좋은 투수를 가늠하는 요소다. 요키시는 이를 갖췄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요키시의 병살타 유도율은 21.3%에 달한다. 리그 평균 병살타 유도율(9.6%)의 2배가 넘는다. 2스포츠투아이가 2007년부터 이 기록을 공식 집계한 이후 지난해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20% 이상의 병살타 유도율을 기록한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2015시즌 LG 트윈스 우규민(현 삼성 라이온즈)의 19.8%가 최고 기록이었다.
투심패스트볼(투심)로 좌타자의 몸쪽 깊숙한 코스를 공략해 배트의 손잡이 부분을 노리는 투구는 요키시의 전매특허다. 덕분에 좌타자 상대 GO/FO가 3.95에 달한다.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이밍을 뺏는 완급조절도 완벽에 가깝다 보니 우타자 상대 GO/FO 또한 2.04로 훌륭하다. 자연스럽게 병살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총 89회 병살 기회에서 19차례나 성공했다. 병살타로 잡아낸 아웃카운트만 총 38개, 이닝으로 계산하면 12.2이닝이다.
요키시는 올 시즌 20경기에서 12승5패, ERA 2.40을 기록하며 대부분의 투수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다승과 이닝(116.1이닝) 부문 1위, ERA 2위다. 이미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병살타를 유도하는 효율성까지 갖췄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