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해민. 스포츠동아DB
특히 박해민의 중견수 수비는 현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좌·우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도 번개 같은 스피드로 달려가 잡아낸다. 다이빙 타이밍 또한 일품이다. 좌·우익수와 비교해 타구의 휘어짐은 덜하지만, 엄청난 범위를 가볍게 커버한다. 양 코너에 김헌곤과 구자욱이 포진하면, 삼성 외야는 수비범위(박해민·김헌곤)와 강한 어깨(김헌곤·구자욱)를 모두 갖춘 ‘통곡의 벽’이 된다.
중견수는 외야수비의 중심이다.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상대 타자의 타구방향 등을 미리 파악하고 수비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박해민의 수비에 흔들림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2019년 9월 25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부터 7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236경기, 3083.1이닝 동안(1루수 10경기·50.2이닝 포함)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은 게 그 증거다. 중견수로 한정하면, 228경기-3032.2이닝이다.
삼성 박해민. 스포츠동아DB
내야수에 비해 외야수의 실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글러브에 맞지 않고 그라운드에 타구가 떨어지면 대부분 안타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박해민의 연속경기 무실책 행진은 값지다. 평범한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거나 안타 타구를 뒤로 빠트려 추가 진루를 허용하는 경우, 송구 실수를 저지른 경우 실책이 기록되는데, 박해민은 기본적인 부분들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상대 타자의 안타 확률까지 줄이고 있다. 박해민과 더불어 국내 최정상급 외야수비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배정대(KT 위즈)도 “(박)해민이 형의 수비범위와 타구판단능력은 내가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박해민의 연속경기 무실책 기록이 KBO리그 최장기록은 아니다. 조원우 SSG 벤치코치가 선수시절 기록한 494연속경기 무실책에 도달하려면 최소 2시즌을 더 버텨야 한다. 그러나 수비부담이 큰 중견수 위치에서 꾸준히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견수로 8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은 이는 박해민과 함께 2004년 제이 데이비스(한화 이글스·988.2이닝), 2017년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927.1이닝)와 전준우(롯데 자이언츠·830이닝)뿐이다. 그만큼 박해민의 중견수 수비능력은 발군이다. 수비뿐 아니라 4년 연속(2015~2018년) 도루왕을 차지한 주루센스에 정확한 타격까지 진정한 ‘스피드 스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 대단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