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이영하는 지금 힘들 틈도 없다, 두산은 기꺼이 다시 믿어본다

입력 2021-09-13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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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하루에 두 경기 등판해 4이닝 소화. 지친 기색이 묻어날 법도 했지만 이영하(24·두산 베어스)는 모처럼 미소를 보였다. 17년만의 진기록보다 더욱 값진 모멘텀. 이영하에게, 두산에 9월 12일은 그렇게 기억될지 모른다.

두산은 12일 잠실 LG 트윈스와 더블헤더를 싹쓸이했다. 제1경기와 제2경기 모두 8-5 승. 올 시즌 5차례 더블헤더 10경기에서 8승2패로 압도적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두 경기 모두 승리투수는 이영하였다. 제1경기 1.2이닝 1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제2경기 2.1이닝 1삼진 퍼펙트 피칭을 기록했다. 더블헤더 연속 승리는 KBO리그 6번째이자 2004년 유동훈(당시 KIA 타이거즈) 이후 17년만의 진기록이다.

그토록 풀리지 않던 실타래가 하루 만에 해결됐다. 이영하는 이날 전까지 11경기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ERA) 11.08을 기록했다. 2019년 29경기에서 17승4패, ERA 3.64를 기록했던 기억이 선명하기에 김태형 감독도 어떻게든 ‘선발 이영하’의 부활을 기대했다. 2군 조정을 거치고 돌아와도 결과는 그대로. 결국 김 감독은 이영하를 불펜으로 돌렸다.

이영하 스스로도 “10점차 이상으로 지고 있을 때 이닝 먹는 역할”을 생각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패전조가 어울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영하를 타이트하게 앞선 상황에 투입했다. 12일 제1경기선 7-5로 앞선 6회초 1사 1루, 제2경기선 4-4로 맞선 6회초 2사 3루에 마운드를 밟았다. 제1경기선 최고 151㎞의 속구(21개)에 140㎞까지 찍힌 슬라이더(8개)만 활용했는데, 제2경기선 포크볼 두 개도 섞었다. 길었던 고민의 시간, 어떻게든 진화하려는 몸부림이 담긴 결과였다.

이영하는 경기 후 “힘들 상황이 아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다음 투수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 자체가 감사하다. 볼도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심리적인 부분만 컨트롤하면 될 것 같다고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한 타자 한 타자 상대하는 게 간절하다. 사실 최근 선발등판할 때 1회를 막으면 ‘2회는 어떻게 던질까’, 2회를 막으면 ‘3회는 어떻게 막을까’라고 생각했다. 한 이닝만 생각하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내가 저지른 것 다 치운다는 생각으로 몇 이닝, 몇 연투든 상관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인터뷰 말미, 이영하에게 두산의 ‘가을 DNA’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두산은 가을이 찾아오자 파죽의 6연승을 질주하며 5위에 0.5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이영하는 “솔직히 이유를 모르겠다.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냥 잘한다”고 감탄(?)했다. 가을이 익숙한 이영하에겐 웃은 기억보다 그렇지 못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1군 5년차임에도 여전히 모르겠는 ‘팀 두산’의 가을 DNA 비결. 이영하는 든든한 선배들과 함께 그 이유를 찾아 나설 채비를 마쳤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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